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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펀드' 이름값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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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김영익 대한투자증권 부사장(리서치센터장)은 증권가에선 '족집게'로 통한다. 주가 예상을 잘 하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지수가 5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던 그의 예견은 9.11 테러로 적중했다. 또 2004년 5월의 주가 하락, 2005년의 강세장, 지난해 2분기 주가 조정 등을 예상했다. 대투증권은 김 부사장의 이런 시황 예측 능력을 활용한 '김영익 랩'을 이달 말 출시한다. 정식 명칭은 '대투리서치랩주식'.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금융감독원이 특정인의 이름을 상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어떤게 있나=김영익 랩은 상장지수펀드(ETF)에 40%, 주식에 60%를 투자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경상수지와 유가 ▶엔달러와 원엔환율 ▶주가지수 예상 등에 가중치를 매겨 자신만의 주가 예측 지표를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그는 올 2분기 코스피 지수가 1250포인트까지 조정을 받고, 이후 상승세를 타다가 연말엔 165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랩이 설정되더라도 당장 주식을 사기보다는 조정을 기다렸다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영익 랩은 명사가 운용하는 첫 상품은 아니다. 지난해 7월 굿모닝신한증권은 'Mr.쓴소리'로 불리는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을 중심으로 운용위원회를 구성, '명품주'에 투자하는 '명품랩'을 출시했다. 정 부장은 신참 시절이던 1992년 부도날 위험이 있는 25개 기업을 실명 거론한 보고서를 냈고, 97년엔 대우 부도 위험을 미리 경고하기도 했다. 명품랩은 이달 초 판매액이 100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화제를 일으킨 상품은 '고승덕 펀드'다. 한국투자증권과 고승덕 변호사가 운용하는 로드투자자문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로드주식형투자신탁1호'는 출시 열흘 만에 560억 원이 몰리는 등 유명세를 탔다. '고시 3관왕'의 신화를 자랑하는 고 변호사가 운용 자문을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위험성은 크다=주식형 공모 펀드의 경우 주식 편입 비중을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고, 한 종목을 펀드에 10% 이상 편입할 수 없는 등 운용상의 제약이 많다. 그러나 랩.신탁 등은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따라서 잘 운용하면 시장 수익률을 월등히 앞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손해볼 확률도 높다.

고승덕 펀드의 경우 시원치 않은 수익률로 환매가 늘면서 순투자금액이 490억 원대로 줄어들었다. 한 투자자는 "원금조차 까먹었다"며 펀드 카페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투자증권 신탁부 서경민 부장은 "현재 6개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과는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편입 종목이 20여 개인 명품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랩 가입자들은 코스피 지수 대비 2~3%포인트 초과 수익을 거뒀다. 김영익 랩도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다. 김 부사장의 예측이 맞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벤치마크 지수보다 훨씬 못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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