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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오리 농법 농촌체험 "딱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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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10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의 동곡마을 환경농업교육관 앞마당.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주민 30여명이 볏집으로 이엉을 엮느라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다. 이들은 하루 종일 엮은 이엉으로 교육관 옆에 새로 짓는 다목적 농촌체험장(20평)의 지붕을 덮는 것으로 일과를 끝냈다.

동곡마을은 환경친화적인 농법을 도입하고 도시민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한 공로로 최근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중앙일보가 주최한 '제2회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1억원의 상금도 받았다.

동곡마을은 1993년 오리농법을 도입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논의 잡초를 뜯어 먹고 해충을 잡아먹는 오리의 습성을 활용한 농법이다. 모내기가 끝난 6월 초 새끼 오리를 풀어주면 농약을 뿌리는 효과를 볼 수 있고, 유기물질이 풍부한 오리의 배설물로 비료를 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추수할 때가 되면 오리는 다 자라기 때문에 부수입도 올릴 수 있다. 홍성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출신인 주형로(朱亨魯.44)씨가 보급한 농법이다.

오리 농법은 현재 홍성군 홍동.장곡면 일대 1백73가구의 농가가 40여만평에 사용 중인 것을 비롯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마을기금(1억원)과 정부지원금(3억원)으로 2000년 말 문을 연 환경농업교육관에선 환경농업에 관심이 있는 농민들에게 오리농법을 가르치고 있다.

마을에선 소비자들에게 오리농법 쌀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95년부터 오리를 논에 풀 때마다 도시의 소비자들을 초청해오고 있다. 오리 입식 행사는 도시인을 위한 농촌 체험행사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이밖에도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체험행사는 철마다 다양하게 열린다. 봄에는 씨앗 뿌리기.봄나물 캐기, 여름엔 봉숭아 물들이기, 가을엔 메뚜기 잡이와 허수아비 만들기, 겨울엔 볏짚 공예.두부 만들기.황토 염색 등의 행사를 준비해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8천여명이었던 관광객이 올해는 1만2천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이곳을 찾은 김홍익(37.경기도 일산시 고양구)씨는 "숙식비로 1만5천원을 냈는데 무공해 쌀로 지은 밥을 먹고, 다양한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동곡마을은 오리농법 쌀을 팔 때마다 일정액의 돈을 떼고 상금 등으로 들어온 돈을 모아 조성한 기금(약 10억원)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엔 교육관 옆에 농촌생활 유물관을 지었다. 60여평 규모의 유물관에는 홍동면 농민들이 모은 각종 농촌 유물 2천여점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주민 이재황씨는 "유물관을 찾은 도시인들마다 '어지간한 박물관보다 낫다'고 평가한다"고 자랑했다.

올해엔 마을 공동 정미소를 마련한 데 이어 교육관 인근에 찜질방 공사를 하고 있다. 1억3천여만원을 들여 55평 규모로 짓는 찜질방은 농삿일에 지친 주민들이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 마을에 설치한 풍력발전기와 태양열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하루 8백㎾)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장 이규재(44)씨는 "안정된 소득 기반 위에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갖춘 한국 최고의 농촌마을로 가꾸는 게 주민의 공동 목표"라고 말했다. 041-631-3538.

홍성=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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