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대거 유세장 「출장」(선거혁명 이루자 기동취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민원 늑장·관권개입 비난/“현장 확인”빙자 특정후보 지지/도 공무원 고향찾아 표 부탁도
장·차관을 포함한 정부 고급관리들의 총선 막판 접전지역 여당후보 지원성 나들이가 잦은 가운데 일선 시·도 공무원들까지 대거 특정정당 연설회·후보 합동연설회 등에 참석,행정공백 상태를 빚는데다 관권지원이란 의혹과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공무원들의 연설회장 참석은 유세현장이 멀리 떨어져 있는 시·도·군 지역에서는 「현장확인 업무」등을 이유로 한 출장형식으로,도시지역에서는 아예 근무시간중에 이뤄져 민원인들에게 불편을 주기 일쑤여서 비난의 소리가 더욱 높다. 18일 오후 1시30분 충북 중원군 엄정면 엄정국교에서 열린 충주­중원 선거구 합동유세장에는 조영창 중원군수·공보실장·내무과장 등 간부들이 나가 이날 오후 내내 유세장에 머무른 가운데 이 군청 내무과 직원들도 전체 30여명중 여직원 등 5∼6명만 남겨둔채 모두 유세장에 나가버려 민원인들이 민원을 보지못하고 발길을 되돌리는 등 행정공백 상태를 빚었다.
내무과의 한 직원은 『주요간부를 비롯한 내무과 직원들이 유세장 동향파악 등을 위해 이날 모두 유세장에 나갔다』고 말하고 『선거기간중 업무공백이 계속되고 있다』고 실토했다.
16일 오후 경남 밀양군 하남면 수산국교 운동장에서 열린 밀양시·군 합동연설 회장에도 문용술 군수가 관내 면장 등 공무원 20여명과 함께 나와 연설회를 지켜본뒤 읍사무실에서 회의형식으로 여당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도 및 동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3일 오후 김영삼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함안군에서 열린 민자당 정당연설회에는 김진백 군수 등 군청직원들이 총동원 돼 이날 민원사무가 마비되는 바람에 민원인들의 항의가 일기도 했다.
특히 경남도의 경우 11개 실·국,49개과 간부급 공무원들이 매일 6∼7명씩 나눠 「업무확인」등을 내세워 대개 1박2일 또는 2박3일씩 순번제로 연고지 출장형식으로 연설회장에 특정후보 지원성 참석을 하고있다. 그러나 일반직원들은 연고지 연설회 때마다 출장부에 아예 기록도 하지않은채 나가고 있어 말썽이 되고있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지역 출신 공직자들이 찾아오는 사례가 요즘 부쩍 늘어났다』고 말하고 『심지어 중앙관서에 근무하는 지역출신 공직자까지 찾아와 은근히 표부탁을 하고간다』고 귀띔했다.
16일 오후 3시 옛 부산상고 운동장에서 열린 민자당 부산진을 정당연설회에도 부산시와 12개 일선구청 간부 등 5백여명이 대거 참석했으며 14,15일 이틀간 열린 후보자 합동연설회에는 시·구청 간부 및 선거지원 공무원들이 참석해 여론파악을 이유로 관내 주민들과 후보자의 연설내용·특성과 자질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특정후보를 간접지원 했다는 비난이 일고있다. 또 17일 오전 10시 부산 증산공원에서 열린 민자당 동구지구당 정당연설회에는 동구청 직원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