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HOT TV] MBC 주말극 '회전목마'의 순정파 수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21면

"어머, 진교 아냐?"

대조적인 성격을 가진 두 자매의 굴곡 많은 삶을 그리는 MBC 주말극 '회전목마'에서 착하디 착한 동생 '진교' 역을 맡고 있는 수애(23). 요즘 가는 곳마다 웃으며 반기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비로소 '내가 연기자가 됐나봐'라고 실감하곤 한다.

수애는 지난해 9월 MBC '베스트 극장'으로 데뷔한 뒤 주말극 '맹가네 전성시대'의 '주연'역을 거쳐, 데뷔 6개월 만에 미니시리즈 '러브레터'에서 주인공인 '은하'역을 거뜬히 소화해낸 연기파 신인. 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게 된 건 진교를 정말 '진교처럼' 연기하면서부터다.

똑똑하고 당찬 언니 '은교'(장서희 분)와 달리 순박하고 매사에 모질지 못한 진교의 모습을 수애는 유난히 큰 눈에 때론 겁에 질린 표정을, 때론 눈물을 그렁그렁 담아서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부모를 일찍 여읜 뒤 난봉꾼에게 겁탈당할 뻔하고, 아버지뻘 남자에게 시집가야 하는 처지에 몰리기도 하며,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얻은 첫 아이를 유산하는 등 진교에게 갖가지 시련이 이어질 때마다 그는 마치 제 일인 양 눈물을 철철 흘려대기도 했다. 세상 물정이라곤 전혀 모를 법한 신세대 연기자가 어떻게 신산한 진교의 삶을 그리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내는 걸까.

"그냥 '내가 진교다'라고 상상하는 것밖에 다른 비결은 없어요. 누구도 진교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없다, 나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도 절로 나더라고요."

아무리 그렇다지만 세트 촬영이 몰린 어떤 날은 여섯시간을 꼬박 울었다거나, 아이를 유산한 뒤 3분이 넘도록 통곡하는 장면을 NG 한번 없이 찍었다는 얘기를 듣자 혹시 수애가 실제로 진교와 닮은꼴이라 연기가 술술 풀리는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비슷한 점이 있긴 해요. 사람을 잘 믿는다거나 한 남자에게 헌신적으로 사랑을 쏟아붓는 건요. 하지만 진교처럼 대책없이 착하진 않아요. 저라면 맨날 그렇게 바보같이 울지 않고 다른 사람들 잘잘못을 따지고 들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차이점도, 도통 이해가 가지않는 진교의 성격에 대한 불만도 '회전목마'가 끝날 때까진 덮어둘 참이다. 수애는 남편 '성표'역을 맡은 이동욱에게도 "드라마가 끝날 때까진 평소에도 '진교'라 부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야 철저하게 진교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란다. 그렇다면 드라마가 끝난 뒤엔? "물론 누나라고 불러야죠. 제가 한살 위이거든요."

진교와는 꽤 다르다지만 수애가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도통 숫기가 없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TV도, 영화도 잘 보지않고 연예인은커녕 자상한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그는 이제 "설경구 선배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달라진 꿈을 이야기 한다. "(설경구는) 작품을 볼 때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주는 배우잖아요. 그래서 매번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고요." 야무지게 자신의 포부를 설명하는 수애를 보니 왠지 그가 아직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은 면이 더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애는 다음주부터 영화 '가족'(큐브 제작)의 촬영에 들어간다. 아버지(주현 분)와 남매의 불우한 가족사를 담아낼 이 작품에서 그는 누나 '정은'역을 맡았다. "중성적이고 반항적인 성격의 소유자예요. 시나리오를 읽다가 가슴이 짠해졌죠." 진교와는 자못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애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