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익은 마돈나보다 섹시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 “수익만 생각한다면 365일 뮤지컬만 올리고 싶죠.” 우리나라 최대의 객석 규모를 자랑하는 세종문화회관 관계자의 말이다. 뮤지컬을 찾는 관객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100만 명이던 관객이 2006년에는 19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더 뮤지컬’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시장 규모로 보면 지난 2년 사이 9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성장했다. 제작 편수도 지난해 80편에서 올해는 150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전체 공연 중에서 뮤지컬은 관객의 39%, 매출의 56%를 차지했다. 국내 공연계에 뮤지컬의 파워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시장의 성장 추세에 맞춰 공연투자펀드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공연에만 투자하는 이른바 공연펀드는 지난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온라인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와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공동으로 100억원짜리 공연 전문 투자펀드를 만들었다. 중소기업청 한국모태펀드가 토대가 되는 100억원 규모의 공연펀드도 생겼다. 마돈나 콘서트보다 뮤지컬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서정기 이사는 “골든브릿지-인터파크 공연 전시 펀드는 2006년 2월 100억원이 설정돼 현재까지 50억원이 투자됐으며 이 중 11억원이 뮤지컬에 투자됐다”며 “앞으로도 수익성이 보장되는 뮤지컬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며 10~30% 수익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노트르담 드 파리’를 수입했던 관계자는 “같은 공연이라도 콘서트는 돈이 안 된다. 마돈나라도 별 수 없다. 한국에서 인기 있다는 케니지 공연 같은 경우도 2억원 정도 남았을까. 투자액에 비해 크지 않다. 콘서트가 정말 잘됐을 때 10% 정도 남는다면 뮤지컬은 50%까지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51%의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관계자는 “보통 유명한 외국 뮤지컬의 경우 협찬 금액까지 합해 수익률이 40% 정도는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높은 투자가치 때문에 뮤지컬에만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간만 있으면 수익 무한대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는 “뮤지컬은 가장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공연”이라고 말한다. “뮤지컬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공연이다. 여기서 규모란 ‘시간’이다. 불법 복제 걱정 없이 몇십 년이고 장기 공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고 흥행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이다. 1986년 영국 런던 초연 후 세계를 돌며 22년째 공연 중이다. 24개국 119개 도시에서 1억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32억 달러(약 3조2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타이타닉’의 수익은 19억 달러에 못 미쳤다. 영화가 전 세계 개봉으로 단기간에 ‘대박’을 노린다면 뮤지컬은 인정만 받으면 장기간 수익을 낼 수 있는 ‘화수분’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 뮤지컬이 꼭 ‘장기 공연’의 덕을 보았다고 할 수는 없다. 노트르담 드 파리도 2개월 남짓 공연했을 뿐이다. ‘맘마미아’도 3개월 공연에 40억원 이상의 흑자를 냈다. 몇 해를 거듭해 공연하면 수익은 더 얻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은 비싼 로열티와 대관의 어려움 때문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로열티로만 한 회 공연당 1500달러, 총 6만 달러가 나갔다. 장기간 대여 가능한 무대가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현재 대형 뮤지컬을 소화할 음향시설과 객석을 갖춘 공연장은 손에 꼽히는 수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등이다. 뮤지컬 전용극장은 샤롯데 한 군데밖에 없다. 뮤지컬 편수는 늘어나는데 공연장이 부족하니 롱런 작품은커녕 공연장 잡기도 힘든 실정이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기획공연이 우선이고 여름과 겨울에만 뮤지컬을 올리고 있다. 길어야 3개월”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형 공연장도 비슷한 실정이다. 짧은 기간에 승부를 내려니 뮤지컬 티켓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티켓이 비싸다 보니 영화만큼 관객 동원력을 갖기 어렵다. 뮤지컬 표 값이면 7000원짜리 영화 열 번은 볼 수 있어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뮤지컬 산업 인프라 구축 급해 만약 뮤지컬 전용극장이 여러 개 생긴다면 뮤지컬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영화 이상이 될 것이다. 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을 공연하고 있는 샤롯데 김정현 국장은 “티켓 가격이 내려가야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데 실질적으론 그렇지 못했다. 좋은 시설이 좋은 콘텐트를 낳고 좋은 콘텐트가 많아야 투자도 활발해진다. 문화의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만큼 중요하다”며 전용극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이온 킹’ 관계자는 “라이온 킹 총 제작비가 215억원으로 뮤지컬 중 높은 수준이지만 비교적 저렴한 이유는 장기 공연이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뮤지컬 중 10만원 벽을 깬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창작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명성황후’ 관계자는 “전용관이 없어 불편하다. 대관이 길어야 한두 달이어서 아쉬운 점이 많다. 전용관이 있었다면 100만 관객 돌파가 12년이나 걸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용준 뺨치는 한류 상품 뮤지컬은 손에 잡히는 수익 외에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최윤엽 대표는 “뮤지컬은 한국을 대표할 훌륭한 문화상품”이라고 말한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논버벌(대사가 없음)이라 외국인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최 대표는“이미 80여 개국의 관광객들이 우리 작품을 봤다. 전용관의 장점을 살려 제2의 ‘난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타는 전용관에 힘입어 1997년 이후 순항 중이다. “이미 국내 고객 중 볼 만한 사람은 다 보고 이젠 관광객들이 객석을 메우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평이다. 원종원 교수는 “뮤지컬은 영화를 능가할 상품이 될 것”이라며 “국내 창작 뮤지컬을 잘 육성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뮤지컬을 보려고 한국에 올 날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Mnet, 국내 최대 뮤지컬 어워즈 신설

JMnet(중앙일보 미디어 네트워크)이 한국뮤지컬협회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인 ‘더 뮤지컬 어워즈(The Musical Awards)’를 연다. 4월 16일 예심 심사를 거쳐 25일 후보작을 발표한다. 4월 26일부터 5월 11일까지 본심 심사를 한다. 시상식은 5월 14일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SBS를 통해 TV에서도 볼 수 있다. 시상 부문은 최우수 작품상(창작·라이선스), 남녀 주연상, 연출상, 작곡상 등 21개다. JMnet이 ‘더 뮤지컬 어워즈’를 신설한 것은 최근 뮤지컬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권위 있는 상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에서 뮤지컬 관련 시상을 하고 있으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해 뮤지컬계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JMnet이 ‘더 뮤지컬 어워즈’를 창설함으로써 한국 뮤지컬이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팬의 심사 참여(네티즌 의견 50% 이상 반영)로 공정성을 더한 ‘더 뮤지컬 어워즈’가 한국의 토니상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themusicalawards.co.kr) 참조.

임성은 기자 (·lsecono@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