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새 메카에 한국을 알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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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랑들이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를 잇달아 열고 있다. 그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유럽.미국 작가들을 소개해 온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1월 베이징 차오창디 지역에 500평 규모로 개관한 'PKM 베이징'. 이 화랑은 13일 한국 젊은 작가 14명을 소개하는 'Fast Break'전을 개막했다(6월 30일까지). 작가는 요즘 주목받는 박진영.공성훈.플라잉시티.김범.함진.윤정미 등이다.

PKM 박경미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활기있는 미술시장인 베이징에서 최초로 열리는 본격적인 한국작가 기획전"이라고 설명했다. 'PKM 베이징'의 지난해 개관전은 미국 큐레이터 댄 캐머런의 기획으로 뉴욕 작가 17명의 작품을 보여줬었다. 박 대표는 "개관전은 비디오, 설치 등 중국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작품들을 보여줘 호평받았다"면서 "화랑 평판이 높아져 괜찮은 중국작가 2명을 전속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유명 작가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해 '화랑가의 중국통'으로 불리는 아트싸이드는 '아트싸이드 베이징'을 15일 개관한다. 다산쯔의 798예술구역에 70여 평 규모다. 개관전은 숯을 소재로 동양적인 사유가 담긴 설치작업을 하는 설치조각가 박선기의'시점 유희'. 이동재 대표는 "798예술구역은 유동인구 중 40%가 외국인으로 점점 많은 컬렉터가 이곳을 찾고 있어 아시아 예술의 메카가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국 작가와 중국 작가의 작품을 두루 소개하는 전시를 열겠다"고 말했다.

카이스갤러리는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에 화랑을 냈다. 26일 개관하는 '카이스갤러리 홍콩'의 개관전 '또 다른 집'은 유망한 젊은 작가의 작품을 위주로 했다. 작가는 김보민.김성수.김은진.김지혜.양화선.이다.이우림.임택.신영미.서윤희.최소영.홍경택 등이다. 유명분 대표는" 홍콩 미술계를 거점으로 한국 작가만을 전문적으로 전시하고 판매할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에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교두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5월 3일 베이징 따샨즈에서 300평 규모로 개관하는 베이징 금산 갤러리는 한.중 작가들의 공동전을 준비 중이다. 공동전은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랑들이 이미 실행 중인 방식이기도 하다. 양국의 소장 작가 김광우.조성묵. 강애란과 중국의 리 후이, 리앙삔삔이 출품할 예정이다. 황달성 대표는 "한, 중, 일의 문화 교량의 역할은 물론, 신인작가 발굴과 지원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로써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랑은 기존의'이음''아라리오 베이징''표 베이징''문갤러리''공화랑'을 포함해 모두 8곳에 이를 예정이다. 이밖에도 베이징 따샨즈 지역에선 5월 구천서 전 국회의원(북경대 박사과정)이 '구 아트센터'를, 7월 Gallery Mook이 각각 문을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진출 러시는 현대 미술의 새 중심지로 떠오르는 중국을 한국 작가 홍보의 근거지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물론, 실리적 목적도 빠트릴 수 없다. 국내에선 작품을 확보하기 힘든 중국 작가들을 현지에서 접촉해 잡아보자는 취지다.

지난 7일 소더비 홍콩 경매의 결과는 블루칩 중국 작가들의 인기를 실증하게 한다. 장샤오강의 유화 '천안문 1'(98.6 x 128㎝.1993)이 1544만 홍콩달러(약 18억여 원)에 팔렸다. 경매 추정가(500만~700만 홍콩달러)의 3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국내에서 "웬만한 중국 작가는 잡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말이 나올 만 하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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