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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분기 성적표 4년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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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보다는 전체 사업 부문이 함께 성장해 가고 있는 점에 주목해 달라."

이명진(IR그룹장) 삼성전자 상무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13일 기자들과 만나 모든 사업부문이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1분기에 '어닝 쇼크'에 가까운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플래시메모리 등 주력 제품 가격이 급락해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 주력 제품 가격 급락이 원인=삼성전자의 이익이 줄어든 것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예상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시장의 45%를 차지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타격이 컸다. 연초에 3.84달러 수준이던 2기가비트(Gb) 플래시메모리칩 가격은 지난달 말 2.55달러로 30%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말까지 비교적 높은 가격을 유지하던 D램도 같은 기간 값이 절반으로 내렸다. LCD 부문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LCD는 선행투자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똑같은 라인을 만들어도 후발업체의 투자액은 선발업체보다 30% 정도 적다"며 "패널 가격이 워낙 빨리 내려 이 같은 투자비 차이를 뛰어넘을 만한 선발투자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상무는 "후발 주자들은 삼성전자보다 훨씬 상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LG필립스LCD는 1분기 2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하는 대만의 AUO.치메이 등도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 정보통신.가전 등 선방=통신 부문은 4년 만에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보다 다소 하락한 155달러에 그쳐 이 부문 매출은 전분기에 비해 약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절반 정도를 올렸다. 특히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가 10% 줄어든 비수기에 거둔 성과라 더욱 돋보인다.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355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적자 폭은 전분기 대비 5분의 1로 줄었다. 생활가전 부문은 영업손실 2억원에 그쳤다. 제품의 70~80%를 생산하는 해외 법인이 이익을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디지털미디어와 가전 부문은 실질적으로 흑자를 냈다는 분석이다.

◆ 바닥 찍었나=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자신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12인치 웨이퍼 라인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원가경쟁력이 높아진다. 경쟁사들이 플래시 라인을 D램 생산으로 돌리면서 플래시메모리 공급 과잉도 해소될 전망이다. 뮤직폰 등 플래시메모리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IT 기기들의 보급도 늘고 있다. LCD 역시 시장 상황 악화에 따라 경쟁사들이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하반기부터 대형 TV용 패널의 공급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도 시기의 문제일 뿐 삼성전자의 실적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월 바닥권을 거쳐 하반기로 가면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전문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은 시장 상황에 민감한 품목이라 외부 변수에 따라 실적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며 "애플의 아이팟처럼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를 만들어낼 만한 차세대 전략 상품을 발굴하지 못하면 현재 수준에서 횡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삼성전자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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