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역감정으로 표얻나”/「다시 도진 고질」 각계 우려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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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야 수뇌 대선하듯 표몰이/김영삼 부산­김대중 호남­정주영 강원 공세/지역감정 해소협 “악용말라” 성명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선거열기가 고조되자 또다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선거운동이 본격화화고 있다.
여야 각 정당·정파의 수뇌부가 이번 총선을 자신들의 대권도전을 위한 디딤돌로 여겨 연고지 중심의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후보들도 이에 가세,지역주의를 득표전략에 최대한 이용하고 있어 지역감정의 골이 더욱 깊게 파일 우려를 낳고 있다.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가 이미 부산·경남지역을 순방하며 PK(부산·경남) 정권탄생이라는 기대심리를 불어넣으며 지역주의를 자극시켜온데 이어 16일 오후 또다시 부산에서 대규모집회를 열고,민주당 김대중 대표도 이날부터 21일까지 호남전지역을 순방하며 정당연설회등으로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정주영 대표도 이번주내 강원도를 집중공략,「강원당」바람을 일으킬 방침이며 민자당 김종필 최고위원 역시 20일부터 자신의 기반지역으로 삼고있는 충청지역을 순방하며 「지역 싹쓸이」에 나설 계획이다.<관계기사 2,3,4,5,6,19,22,23면>
각 후보들도 이들의 대권밀어주기를 득표를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워 부산·경남 및 충청권의 민자당 후보와 호남지역 민주당후보,강원도의 국민당 후보들은 다투듯 해당지역 출신 대통령선출을 위해 자신을 밀어달라고 호소하거나 『무대접 한을 씻자』고 노골적으로 말초적 지역감정에 불을 지펴대고 있다.
이 때문에 13대총선에서의 지역주의 표출에 대한 자성의 분위기등 그동안 다소 수그러드는 기미를 보였던 지역감정이 더욱 첨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짙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한편 지역감정해소 국민협의회(상임의장 김지길 목사)는 17일 특별성명을 발표,각 당에 지역감정 자극발언 및 전략을 자제토록 촉구하면서 지역감정조장·악용사례를 발표키로 했다.
◇민자당=부산시 지부는 16일 오후 구 부산상고운동장에서 개최되는 부산진을지구당(위원장 김정수) 정당연설회에 부산 16개지역 위원장들을 모두 참석시키는 등 사실상 연합집회로 12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기획,이미 불기 시작한 「YS바람」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기폭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김대표는 지난 12일 충무를 시발로 이 지역을 순방하며 『내가 큰일을 하기 원한다면 민자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달라』『11월에 다시 만나자』고 노골적인 대권도전 발언을 해왔다.
이 지역 민자당 후보들도 「대통령은 김영삼,국회의원은 ○○○」 또는 「YS는 청와대,○○○는 여의도」 등의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무소속 후보까지 『김대표와는 내가 더 인연이 깊다』는 식의 충성경쟁을 벌이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울산남 심완구 후보는 14일 정당연설회에서 『차기 대통령선거는 김영삼·김대중 두 후보가 출마하는데 김영삼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고 서슴없이 발언하기도 했다.
김종필 최고위원도 지난 11일부터 14일에 이어 20일부터 22일까지 충청지역을 순방할 계획인데 가는 곳마다 『충청권에서 민자당 후보가 전원 당선돼야 내가 차기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권문제를 암시하고 있고 일부 후보들은 「김종필,대통령」을 연호하는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민주당=김대중 공동대표가 16,17일 텃밭인 전남북 17개지구당 정당연설회에 참석하는데 이어 19,20일에도 호남지역 17개지구당 정당연설회에서 지원 유세를 갖는등 본격적인 호남지역 표밭갈이에 나설 계획이다.
이기택 공동대표도 16일 대구,19∼20일 부산·경남지역 정당연설회 지원에 나서 김영삼 민자당대표의 지역 바람몰이에 정면대응할 예정이다.
김대표는 16일 영광­함평을 시작으로 호남지역 8개지구당 정당연설회에서 『13대총선에서는 여러분의 지원으로 제1야당이 될 수 있었다』며 『내각제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치는 파멸을 맞게 될 것』이라고 호남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호남지역 민주당 위원장들은 거의 모두 『김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식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당=정주영 대표도 자신의 고향이 강원도인점을 내세워 이 지역을 순방하며 『푸대접의 한을 씻자』고 지역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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