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사람이 희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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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사람이 웃고 있습니다. 허허로운 눈매가 쓸쓸해 보입니다. 사진작가 김영갑(사진). 주위로부터 '미친놈' 소리를 들으며 스무해 가까이 제주의 풍광을 카메라 뷰파인더에 담아왔습니다. 해를 넘기면 그의 나이 마흔아홉.

그에게 새해는 생명만큼 소중합니다. 아니, 생명 그 자체입니다. 4년 전 의사의 '사형 선고'에선 없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달라진 건 없습니다. 몸은 여전히 석고처럼 굳어 있습니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는 인부들에게 내일도 늦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봄이 되기 전 갤러리 앞마당 정비를 마치고 싶어서 입니다.


해질녘 제주는 속내를 드러낸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의 몸짓이 안쓰럽다. 올 초 ‘김영갑 사진전’에 전시됐던 그의 사진.

이번주 week&은 조금 특별한 분들을 초대했습니다. 공통점이라면 몸이 조금 불편하거나 건강이 안 좋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하루는 결코 어둡지 않았습니다. 불행을 되새기며 웅크리거나 뒷걸음치지도 않았습니다.

경기도 포천의 한 카페의 종업원들은 5월의 하늘처럼 해맑게 웃었습니다. 이일권(32).윤성연(19).김미향(18)씨. 이들이 정신지체 장애인이란 건 중요치 않습니다. 여느 종업원처럼 빵도 굽고 커피도 만들고 손님을 맞이합니다. 컴퓨터 강사 김병호(37)씨의 하루는 차라리 힘차고 당당합니다. 7년째 앞 못보는 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또한 시각장애인입니다.

부쩍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당신의 어깨도 처져 있나요. 일상에 찌들고 타인에 치여 세상을 욕하고 있는 건 아닙니까.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희망입니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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