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바이러스(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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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8년부터 국내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컴퓨터 사용자와 업계에 던진 충격은 실로 큰 것이었다. 최근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컴퓨터 중80%가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이 있고 많은 기업들이 계속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정상적인 파일이나 디스켓에 몰래 들어 있다가 컴퓨터가 이 파일이나 디스켓을 사용하는 경우 컴퓨터의 주기억장치로 옮아가서 컴퓨터가 사용하는 다른 파일이나 디스켓에 자기자신을 복제시켜 감염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는 하나의 짧은 프로그램이다.
우리에게 처음으로 충격을 준 바이러스는 C-브레인이라는 바이러스였다. 이것은 디스켓에 숨는 바이러스로 파키스탄에 살고 있는 10대 형제에 의해 만들어져 전 세계에 퍼지게 됐다. 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 후 수개월동안의 국내 상황은 바이러스 공포에 속수무책이었다. 그후 국내에서는 최철용·안철수씨 등이 백선프로그램을 신속히 개발해 보급함으로써 이 상황은 당분간 진정됐다.
그러다가 다시 C-브레인의 변종인 Lbc바이러스가 나타났는데 이것은 외국에서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보아 국내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로 생각된다. 이 바이러스는 특히 하드디스크에까지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대량의 데이타가 날아가 버리는 비운을 겪은 사용자가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백신프로그램도 개발돼 예방과 복구가 가능하게 됐다.
파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로는 예루살렘 바이러스와이의 변종인 선데이 바이러스 등이 널리 피해를 주었으며 이에 대한 백신프로그램도 개발, 보급됐다. 그후에도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끊임없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백신적 처방을 위해서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뉴스를 신속히 알리고 이에 대한 백신프로그램을 빨리 개발해 보급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목적으로 국내에서는 90년12월에 컴퓨터바이러스 대책 협의회가 발족돼 활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스팀 관리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디스켓에 쓰기 방지탭을 붙이고 ▲소중한 자료는 따로 복사해 간직하며 ▲백신프로그램을 이용,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새 프로그램은 플로피디스크에서만 다루며 ▲확인되지 않은 프로그램은 함부로 복사하지 말 것 등이다.【김세헌<과기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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