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동부 지역 5개 시도 주민「여순반란」명칭 고치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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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주4·3사건」과 더불어 지난 48년10월20일부터 1주일에 걸친 해방 정국에서 발생한 「여순반란사건」은 전남동부지역 주민들에겐 지금도 기억하길 꺼리는 민족사적 비극으로 남아 있다 .「여순반란사건」은 많은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사건 자체가 조국 분단으로 치닫고 있던 당시 역사적 과정의 한 단면을 극명히 보여줘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충분한 평가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 가운데 사건의 명칭마저 통일되지 않아「여순반란사건」을 비롯,「14연대 반란사건」「여순사건」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따라 여수·순천 등 전남 동부 5개시·군 주민들은 정부당국에 의해 마치 이 지역 주민 전체가 반정부 반란을 일으킨 것처럼 규정된「여순반란사건」의 성격 재 규명 운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14연대 반란군과 진압군 양쪽 모두에 의해 피해를 본 시·군민들에게 씌워진 왜곡된 누명을 벗기 위해「여순반란사건」으로 공식화 돼 있는 명칭 대신「14연대반란사건」으로 개칭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활발치 벌이고있다.
여수·여천(시·군 포함)·순천·승주 등 5개 시·군 문화원이 중심이 된「여순반란사건」개칭 서명운동은 이달 말까지 3만명의 서명을 방아 전남도 교육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여수문화원 문정인 원장(54)은『여순사건은 당시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군인들의 반란사건』이라며『또한 정부군의 진압과정에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를 당했는데도 지역주민 전체가 반정부 활동을 한 것처럼「여순반란사건」으로 왜곡돼 있다』고 했다.
당시 여수읍 신월리(현 여수시 신월동)에 위치해있던 제14연대 주둔군 일부가「제주 4·3사건」진압작전에 반대해 반란을 일으킨 결과로 시민 2천3백50명(여수 1천2백명·순천1천1백50명)이 죽음을 당하고 37억4백60만원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 문화원 측의 주장이다.
김종우 여천시 문화원장(42)은『반란군·진압군에 의해 당한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명칭을 바꾼다고 쉽사리 회복되지 않겠지만 자라나는 후손들만이라도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개칭 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5개시·군 문화원은 지난 1월12일 문화원장 및 실무자 연석회의를 갖고「여순반란사건 개칭 추진위원회」를 구성, 개칭 당위성을 알리는 홍보물을 제작·배포했으며 3월초부터 가두 서명 운동에 들어가 현재 5천여명의 서명을 받는 등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개칭 추진위는 3만명 서명 목표 달성이 끝나는 대로 여천·순천 양 시의회가 추진중인「개칭 결의문」을 첨부한 탄원서를 전남도 교육위원회에 제출, 교과서 및 각종 공문서에 사용되고 있는 현재 명칭을 바꾸도록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이환희 전남도 교육위원(67·여수)은『신혼 초에 일어났던 이 사건으로 시가지 전체가 불타고 무고한 시민들이 학살당한 당시 상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개칭 문제가 교육위원회에서 정식 의제로 채택될 것』이라고 했다.【여수=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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