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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 7월 시험 '신청 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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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교환학생에 지원해야 하는데 며칠째 초딩(초등학생)과 광클(미친 듯이 클릭) 경쟁을 하고 있으니…."

10일부터 사흘째 PC 앞에서 밤을 지새운 S대 2학년 이모(20)씨는 "속이 시커멓게 탔다"고 말했다. 이씨는 9월부터 미국의 한 대학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유학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갖춰야 할 서류 중 하나인 토플 성적을 얻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서 7월 응시가 안 되면 7월 28일 일본 후쿠오카에 원정 응시라도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남편을 위해 밤을 지새운 주부 유모(33)씨도 "유학보다 토플 응시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했다.

이처럼 iBT(Internet-based TOEFL.인터넷 토플시험) 응시자나 가족들은 10일부터 12일까지 인터넷 사이트(www.ets.org)에 접속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인터넷상에서 응시 원서 접수 창이 열리길 손꼽아 기다리면서다. 12일 오전 4시쯤 한 토플어학원 사이트에서 "로긴(로그인) 성공"이란 글이 뜨자 접속 건수가 1000명을 넘을 정도로 접속자가 몰렸다. 대입 특별전형에 원서를 낼 고교생 아들을 위해 응시 신청을 하던 한 네티즌은 "남들은 된다는데 내가 하면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iBT로 응시자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다. 토플을 보겠다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응시 기회는 종전 시험 방식(CBT.Computer-based TOEFL) 때보다 더욱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응시 대란 왜 반복되나=10일 이후 토플 주관사인 ETS 사이트가 마비되다시피 한 것은 4~6월 시험 추가 접수와 7월 시험 접수 응시 자리를 놓고 수만 명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과거 토플을 보는 경우는 유학이나 취업 준비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고나 국제중에 진학하려는 초.중학생까지 토플을 보고 있다. 특히 외고에 가려는 중학생들은 특별전형 기준(iBT 88점 이상)에 맞추기 위해 여러 차례 응시를 한다. 서울의 D외고는 2008학년도 입시에서 iBT 100점 이상이 지원할 수 있는 국제어과 국제화 전형을 실시한다. 학부모 신모씨는 "외고에 원서를 내기 위해서는 iBT 성적이 80점 이상 돼야 한다"며 "주변에서는 아줌마들이 조를 짜 인터넷에 접속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심 등 국제중학교에 원서를 내려는 초등학생들도 iBT를 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2월 iBT를 치른 김모(27)씨는 "시험장에 성인 응시자는 20~30%에 불과한 반면 중.고교생 응시자가 70~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토플 응시가 이렇게 어려워지자 유학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어학원 게시판에 "30만원을 낼 테니 응시권을 팔아라"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신청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응시 자격을 따낸 ID를 남에게 파는 것이다.

신청자가 늘어난 반면 토플이 iBT 방식으로 바뀌면서 응시가능 인원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PC에서 문제를 내려받아 치르는 CBT 체제에서는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시험이 치러졌으나 iBT에서는 한 달에 두세 차례밖에 응시 기회가 없다.

시험을 칠 수 있는 인원도 CBT 때는 연간 10만 명이던 것이 iBT를 시행하면서 연간 6만~7만 명으로 줄었다. ETS의 한국 내 홍보대행사인 에델만코리아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치르는 시험 성격상 안정적인 서버를 갖춘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만 시험을 볼 수 있어 시험 응시 인원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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