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권에 당료 우선 영입인사는 뒷전에/국민당은 어떻게 공천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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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기반 구축”에 급급
국민당의 전국구 후보인선은 신생정당으로서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당내인사를 당선권에 다수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국민당이 당 자체의 당선가능권으로 판단하고 있는 7번까지 5명을 당내 핵심인사로,2명을 외부 영입인사로 인선한 데서도 그런 의도가 드러난다.
정대표가 3번이라는 것은 당선 확실선이라고 보기 때문인데 3명이 당선되려면 지역구에서 11명 정도 당선돼야 하며 7번까지 당선되려면 지역구에서 28명의 당선자를 내야한다. 무소속이나 다른 군소정당이 크게 진출하면 더 적은 당선자를 내고도 전국구 배분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국민당은 1번에 문창모 전세브란스병원장과 5번에 인기탤런트 최불암씨(본명 최영한)를 선임,민자·민주 양당이 전국구 1번에 당대표를 선임한 것과는 다른 차별성을 두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2번 양순직 고문,3번 정주영 대표,4번 조윤형 최고위원,6번 이건영 안보위원장,7번 정장현 대표 자금담당특보 등 거의 당내 주요인사로 배치함으로써 기존 여야의 인적구성과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다.
민자·민주 양당이 전국구의 기본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대다수 정치인들과 헌금자들을 포함시켜 여론의 집중타를 맞은 것처럼 국민당 역시 여론의 비난화살을 피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에 대해 정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우리당은 신당이어서 당내 기반조성이 이번 전국구 인선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됐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매일 열린 조직강화 특위에서도 특위위원들이 『당선권안에 당내 인사를 다수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측근은 덧붙였다.
때문에 당선권안에 외부 영입인사 보다는 당내 핵심들로 후보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정대표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상위순번은 외부에서 영입하겠다』『전국구엔 나 때문에 고생한 사람을 넣겠다』고 공언해온 것을 볼때 이번 인선내용은 국민당 급조과정에서 발기인 등으로 이름을 내준 사람들을 발탁,일종의 「보상공천」이 됐다.
최불암·강부자씨 등은 모두 그런 케이스.
정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될 수 있는대로 각직업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공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11번부터 15번까지 이용준 총장,이인원 대변인,이병규 대표비서실장,윤하정 국제협력위원장,박노경 고문 등 당실무진을 포함시킨 것은 이 번호까지가 당선된다는 배수진의 각오로 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대변인은 설명했다.
국민당 전국구 인선과정의 또 하나의 특색은 전국구 인선에 정대표나 당과의 관계 외에 다른요인은 없었다는 것. 말하자면 공천헌금 같은 것은 일체 없어 국민당측은 『깨끗한 공천을 했다』고 자랑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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