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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장 돌며 풍물사진 찍어온|전주 동암고 이흥재 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시골 닷새 장은 구수한 인정이 넘쳐흘러 고향집 마당 같습니다』
4년 전부터 전 남북 및 경남지역 5일 장을 찾아다니며 장날풍경만을 골라 촬영해 오고 있는「장날사진작가」이흥재씨(38·전주 동암고 영어 교사).『이 시대에 사라져 가는 농악대 마당놀이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흥겨운 전통 장날풍경을 사진으로나마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80년 전북대를 졸업, 교단에 발을 들여놓은 이 씨는 등산을 즐기면서 산 사진에 흥미를 느낀 것이 사진작가의 출발이다.
전북 정읍군 칠보면 시산리 농촌출생인 이씨는 칠보장터에 강이 설 때마다 잔이 넘치도록 막걸리를 따라주는 선술집 주모, 담배를 물고 강냉이를 튀기는 할아버지, 나물 파는 노점 할머니 ,감칠맛 나는 멸치국숫물 등 어릴 때 눈여겨본 장날 풍경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어릴 때 강이 서는 전날 밤은 가슴이 설레 잠을 설치기 일쑤였죠. 과자·운동화·학용품 등에 대한 소망이 장날이 되어야 한꺼번에 이뤄지기 때문이죠』
전북은 조선조부터 5일 장이 가장 성행했던 고장. 고창 대산, 남원 운봉, 장수 장계, 임실 운암, 순창 동계 등 이씨가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 지방 5일장만도 줄잡아 50여 곳. 이씨는 전남 담양, 경남 함양, 충남 금산 등 전국 유명 5일장도 틈나는 대로 찾아 나서 작품화했다.
『학생들에게 열 마디 하는 것 보다 장터로 데러가 신발 기워 신는 삶의 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주로 토요일오후·공휴일·방학을 이용, 촬영에 나서는 이씨는 종종 제자들도 장터에 데려가 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지난달 서울 동숭동 대학로 나우 갤러리에서 장날을 주제로 한 흑백 사진전을 연 이씨는 『장날 풍경에 대한 단편적·평면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봇짐상의 장날준비에서 귀가 후 가정생활에 이르기까지 하루를 입체적으로 촬영, 책자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현석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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