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택내각 「막판」 몰렸다/보선참패 일 자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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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치스캔들·쌀개방 등 불만고조/군마등 또 패배할땐 퇴진가능성
8일 실시된 일본 미야기(궁성)현 참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야당연합후보에게 또 패배했다. 지난달 9일 나라(나량) 보선패배에 이는 연패다.
이번 패배는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정권에 뼈아픈 일격이며,그렇지 않아도 약한 미야자와 총리의 정권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전통적으로 보수기반이 강한 농촌에서 자민당 후보가 지명도도 높지않은 야당후보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이 연패함으로써 앞으로 자민당의 입장은 한층 어려워지게 됐다.
이번 선거는 미야기현 출신의원의 사망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로 보통때 같으면 그다지 여론의 주목을 받지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와(공화)·도쿄사가와규빈(동경좌천급편) 스캔들 등 정치부패와 쌀시장 개방 등이 선거쟁점이 됨으로써 전국적 관심을 끌게 됐다. 이번 보궐선거결과가 앞으로 정국운영을 좌우한다는 판단하에 여야는 당력을 기울여 선거에 임했다.
민자당은 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 전 총리·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전 대장상 등 국민적 인기가 높은 거물정치인을 비롯,2백30명 의원이 투입돼 자민당 후보를 지원했다. 미야기현 출신인 미쓰즈카 히로시(삼총박) 전 정조회장은 아예 현지에 상주하면서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미야자와 총리도 선거운동 마지막날 현장에 달려가 『일본의 미래가 걸려있다』며 자민당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사회·민사·사민연·진보당 등이 연합으로 민 하기노 고키(추야호기) 후보는 자민당의 부패,미야자와 총리의 지도력상실,쌀시장 개방반대 등을 들고 나와 자민당을 맹렬히 공격했다.
미야기현은 원래 자민당의 아성으로 자민당이 이곳에서 의석을 잃은 것은 지금까지 단 3번 뿐이다. 특히 지난해 현의원 선거에서는 63석중 43석을 자민당이 차지했다.
이번 선거는 정책대결이라기 보다 자민당 부패에 대한 일본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며,미야자와정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일본정국은 앞으로 ▲군마현 중의원(29일) 및 이바라키(자성)현 참의원(4월12일) 보궐선거와 사이타마(기옥)현 지사선거(6월) ▲예산안통과 ▲정치개혁법안·선거제도개선·유엔평화유지활동(PKO) 법안입법 ▲7월 참의원선거등 정치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이같은 정치일정이 야당의 잇따른 보궐선거 승리로 야당의 페이스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으며 방위예산 대폭삭감,정치개혁법안에 대한 야당의 영향력 강화,쌀시장 개방지연,PKO법안 입법보류 등이 예상된다. 또 7월 참의원 선거결과에 따라선 가네마루 신(금환신) 자민당 부총재가 제안한 야당과의 연립정권구상도 현실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군마·이바라키현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또 다시 패배하면 미야자와 내각이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일반유권자들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미야자와 총리로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주장이 자민당내부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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