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 핵사찰 “우회 압박”/「미사일 적재선박」 검색천명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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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 지연전술 초강경대응 선회/비난여론 많아 강행은 미지수
북한의 핵개발과 스커드C미사일 수출 등과 관련,미국의 대응이 갈수록 강경해져 걸프전 전야때와 같은 긴박감마저 감돌고 있다.
미국의 태도변화는 최근 미­북한간에 진행돼온 일련의 접촉 및 화해제스처에 비추어 상당히 이례적인 변화라 하겠다.
지난 1월 뉴욕에서 미­북한 차관급 접촉이 있었고 한미 양국의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발표와 이에 후속으로 나온 북한의 핵안전협정 서명 및 4월 비준의사확인,그리고 『핵확산방지에 대한 북한의 협력이 희망적』이라는 지난 2월 아널드 캔터 미 국무차관의 의회발언 등으로 적어도 미­북한 사이에 과거와는 다른 화해무드가 조성돼온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북한 방침을,특히 핵과 관련해 강경하게 바꾼데 대해서는 몇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북한이 핵카드를 이용해 이른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최근까지 핵카드로 ▲주한미군 보유 전술핵 철수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한국 핵연료 농축 및 재처리시설 포기 ▲미­북한 고위급 회담 등을 따냈다. 반면 미국으로서는 별로 얻은 것없이 북한의 지연전술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자 스커드C미사일 적재선박에 대한 강제승선검색방침을 밝혀 북한의 잔꾀를 막아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미국은 최근 미 관리들의 증언과 언론보도를 통해 북한이 결코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를 은닉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폭로해 왔으며 지난 4일 로버트 리스카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의회 증언에서 『북한은 올여름 핵물질을 생산하고 내년초 폭발장치를,94년에는 운반체제까지 완전히 갖출 것』이라는 일정 전망까지 내놓은바 있다.
한편으로 대통령선거전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경제실책 등으로 궁지에 몰린 공화당의 부시행정부가 전세를 반전,재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국내 정치적 전략의 일환으로도 강제검색 방침천명을 해석할 수 있다.
초강경방향으로 바뀐 미국의 이같은 입장전환은 또한 냉전종식후 사실상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이 이 지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과 여건을 종합해볼때 스커드C미사일 적재 북한 선박 검색의사를 천명한 미국이 검색을 포함한 돌발사태로까지 몰아갈 것같지는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미국 선박이 유엔결의에 따라 스커드C미사일적재 북한 선박을 강제검색한다해도 현재 알려진대로 이라크행이 아닐 경우 미국이 감수해야할 비난과 부담은 너무 무겁다.
또한 북한이 미국의 양해아래 6월 핵사찰을 수용한 상태이고,현재 남북한간의 상호시범사찰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고려할만한 사항이다. 따라서 미국의 북한 선박 강제검색 위협은 북한의 핵개발의도 분쇄를 위한 하나의 심리적 압박의 일환이며,북한으로서도 미국의 완강한 압력을 거스르고 어려운 장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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