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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늘어나는「데이트 강간」|분명한 의사표시로"충동"막도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예, 아니오 가 뒤섞인 태도를 보이지 말고 표현을 분명히 하라」「첫 데이트 때는 상대방의 차를 이용하지 말라」「모든 데이트비용을 상대가 지불해 성 관계를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라」.
이는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가 데이트에 나가는 여성들에게 일러주는 데이트강간 예방법들.
최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사이에서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한 채 폭력적으로 행해지는 데이트강간이 늘고있 다. 한국성 폭력 상담소가 지난 한해동안 이 상담소를 통해 접수한 데이트 강간은 총 64건. 아직은 전체 상담 1천 2백 70여 건 중 6.4%를 차지하는 비율이지만 갈수록 낯선 사람 아닌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 늘어가는 추세라는 것이다.
한국 성폭력상담소는 최근데이트 강간과 관련된 자체 세미나를 실시하여 관심을 모은다.
데이트 강간은 미국의 경우 작년 11월 뉴스위크지가 커버 스토리로 다룰 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문제. 그러나 우리의 경우 사회통념상 이 단어가 매우 생소할 뿐만 아니라 입에 담기를 꺼리는 상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은『데이트하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성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통념 때문에 이제껏 문제되지 않았을 뿐』이라며『데이트하는 남녀가 서로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구나 물리적인 힘이나 협박·폭력 등으로 강요된 성 관계는 성폭력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잠이 든 상태나 마취제·술·최면 등을 이용해 상대방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후 성 관계를 갖는 것도 성폭력의 범주에 넣어야 할 것이라는 게 최 소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상담소에 들어온 상담사례를 보면 술·약물을 이용, 여성을 의식불명의 상태로 만든 뒤 성 관계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성이 상대방을 잘 파악하지 못해 당한 경우, 순진하게 상대방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경우, 늦은 시간 데이트 등이 위험요소로 나타나고있다. 그밖에도 데이트하는 남성이 교통수단을 제공하거나 데이트비용을 모두 지불하는 경우, 아무도 없는 특정 장소에서의 만남 등은 데이트 강간의 위험요소로 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현실에서 문체가 되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가 간의 의사소통이다. 예컨대『피곤하니 잠깐 쉬었다가자』『몸을 풀고 가자』고 유인한 것을「정말 잠깐 쉬는 것」만으로 생각하거나,『4명이 여관에 가서 편히 술 마시자』고 한 것을「4명인데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로 생각하는 식 등이다.
최 소장은『보통「여성의 노는 예스」라고 간주하는 통념과 평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지 않은 여성들의 태도 등이 어우러져 성폭행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고 미리 성폭력의 실상을 알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상담소가 제시하는 데이트강간 예방책들.
◇여성이 알아야 할 일= ▲평소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는 습관을 갖는다 ▲체력단련을 통해 힘과 자신감을 기르고 호신술을 배워둔다 ▲여성 일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거나 무시하는 남자, 술·약물 등을 지나치게 들고 상황에 따라 표변하는 남자는 데이트강간을 저지를 위험이 높다 ▲데이트 때 술·약물에 취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혼자 택시로 귀가할 수 있도록 비상금을 소지하고 콜택시 전화번호를 갖고 다닌다 ▲상대와 친밀한 관계가 될 마음이 없을 때는 남자의 집에 가거나 초대하지 않는다.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여성에게 성 관계를 강요하지 않는다 ▲서로의 욕구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한다 ▲얌전히 있는 것을 동의한 것으로 혼동하지 않는다 ▲강간을 촉발할 수 있는 은유나 어휘의 사용은 피한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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