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사회당 참패 예고/프랑스 6년만의 지방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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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국앞날 가늠하는 상징적 투표/환경 보호론자·극우세력 급부상
오는 22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프랑스정국이 선거열기로 바짝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86년에 이어 6년만에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는 전국 22개 지방의 지역의회의원을 뽑는다는 단순한 절차적 의미 이상의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93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실시되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나는 국민들의 투표성향을 통해 프랑스 정국의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는 모두 집권사회당의 참패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86년 지방선거에서 사회당은 전국적으로 30%의 지지를 획득,집권당으로서의 체면은 지켰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20%를 넘지못할 것이라는게 모든 여론조사의 공통된 전망이다.
프랑스 정치분석가들은 이런 추세가 내년 총선으로 이어진다고 볼때 사회당의 몰락은 불문가지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소련붕괴의 여파로 표류하고 있는 공산당 또한 사회당과 비슷한 운명을 겪고 있음을 감안할때 프랑스 좌파주의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이같은 좌파세력의 전반적인 몰락이 우파의 세력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보수우파정당인 공화연합(RPR)과 프랑스민주연맹(UDF)은 과거처럼 이번 선거에서도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 우파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전국적으로 기껏해야 35%를 넘지않고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다. 이는 지난 86년 선거때의 우파연합에 대한 지지율 41%에 비해 오히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좌파가 쇠락하고 우파가 고전하고 있는 사이 제3의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녹색당의 환경보호론자들과 극우세력이다.
환경보호세력의 두드러진 부상은 프랑스의 새로운 정치현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86년 지방선거 당시 이들에 대한 지지율은 2.3%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최소한 15%선의 지지율을 획득할 것이라는게 여론조사기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환경보전과 인간적인 삶의 조건마련을 추구하는 이들 환경보호세력이 무시할 수 없는 제3의 정치세력으로 등장함으로써 21세기 정치판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극우세력의 급격한 확산도 프랑스정치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노련한 정치선동가인 장 마리 르펭이 이끄는 극우파 국민전선(FN)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사회당을 위협하고 있고,특히 르펭의 본거지인 프랑스남부의 프로방스·코트다쥐르에서는 제1당으로 등장할 가능성마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국민전선에 대한 지지율이 이번 선거에서는 15%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맞서 집권사회당은 국민전선을 총력저지하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하고 있다.
인종차별적 국수주의를 공공연히 외치고 있는 국민전선의 위험으로부터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패막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프랑스 양심층의 표를 끌어모은다는 것이 사회당의 전략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우파는 모든 책임을 사회당에 돌리고 있다. 우파를 분열시키기 위해 일부러 국민전선의 세력확장을 간접적으로 조장해놓고 이제와서 그 세력이 위협적으로 커지자 그 책임을 지기는 커녕 그걸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프랑스에서 좌와 우,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사실상 사라지고 실시되는 첫번째 선거로도 지적되고 있다. 프랑스 언론의 표현대로 좌는 병들고,우는 고장난 상황에서 미래를 향한 프랑스 국민들의 선택이 어떤 것일지 관심거리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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