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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국연은 과도기 임시협정”/고르비재단,독립국연 장래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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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잘되면 합법적 「청산위원회」/처음부터 연방이탈 목적에서 출발/전체주의 종식등 긍정적 측면도
「고르비 재단」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러시아 「사회경제 및 정치과학연구재단」소속 전문가들은 최근 독립국가연합(CIS)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한 장문의 보고서를 모스크바 노보스티지에 발표,주목을 끌고 있다.
고르비재단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에서 CIS는 『현 단계에서 그 의미를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목표를 위한 과도기적 임시협정』이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CIS의 장래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리면서 CIS는 주권국가들이 새로운 연방을 구성하겠다는 자발적 의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방(구소련)으로부터 이탈하려는 목적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따라서 CIS는 회원국들의 통합의지가 적고 대립적이며 불안정하고 단순히 협정을 맺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적으로 기능할 수는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CIS구성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전체주의 국가의 종언 ▲제국주의적 정치의 종식 ▲(제국내부의) 긴장의 해소 ▲민족독립열망의 실현등을 들면서도,현단계는 구연방의 분리이후 나타난 새로운 적대의식·자민족 이기주의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강조되는 불안하고 위험한 행동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의 독재적 주도권 부활에 대한 경계의식과 러시아의 경제개혁정책추진이 시기와 방법에 있어 자국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반발의식도 확산되고 있고,러시아 내부에서는 민족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러시아가 홀로 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CIS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Ⅰ◁
CIS는 새로운 국가통합체로 가는 초기단계의 역할을 할 것이다.
참가국들이 서로의 입장과 상호의존성·상호이익의 관점에서 자신들의 권한 일부를 중앙에 이관할 것이다.
새로운 중앙안에서 상호이익 확보가 증가할수록 새로운 통합체 형성은 가속화할 것이다.
▷시나리오Ⅱ◁
CIS는 완전해체된다. 개별 참가국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만 경제의 상호 의존성을 줄이지는 못한다.
이 경우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가장 비극적인 유고형의 길이다. 문명적 해결책없이 오로지 군사적인 충돌만이 존재한다.
둘째는 내전상황까지는 가지않더라도 각 참가국 내부의 사회적 혼란이 가속화되고 그 결과 전쟁보다는 완화된 대립형 모델로 빠져든다.
이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협력의 필요성이 발견되고 그러한 분위기가 힘을 얻어갈 가능성도 있다.
▷시나리오Ⅲ◁
CIS는 완전붕괴한다. 구소련 영토내에 새로운 중심(유럽과 아시아)이 출현해 지정학적 지각변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는 범이슬람주의·범터키주의의 영향에 빠져들고 유럽러시아도 서쪽(독일과 폴란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세가지 시나리오중 현재 1번은 가장 현실성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CIS 참가국간에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수는 없으나 잘돼야 합법적인 「청산위원회」 역할밖에 할수 없으리라는 부정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모스크바 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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