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기름 빼낼 잠수정 개발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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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앞바다에 침몰한 유조선 경신호의 남은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해양수산부가 기름을 처리하기 위해 '무인회수시스템'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포항해양수산청은 "2년간 장비를 제작해 2006년 남은 기름 6백60㎘를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처리하나=정부는 수심 98m에 침몰된 경신호(9백96t)를 인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 기름을 뽑아내기로 했다. 이는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무인 잠수정을 만드는 작업이다.

호스와 드릴 등을 장착한 잠수정이 해저로 내려가 기름탱크가 있는 선체에 달라붙어 구멍을 뚫은 뒤 펌프로 기름을 퍼내는 장비다. 빼낸 기름은 다른 유조선에 담아 육상에서 처리한다.

이 장비는 노르웨이와 미 해군이 각각 한대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해양수산청 윤석홍 해양환경과장은 "이미 설계가 끝났고 내년 초 잠수정을 제작한다"며 "기술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장비의 도입가격은 60억원이지만 제작할 경우 26억원밖에 들지 않아 경제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과장은 "잠수정을 만들면 1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안에 침몰한 다른 유조선의 기름도 제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청은 경신호가 침몰한 직후 미국의 기술진을 동원해 26곳의 구멍을 막는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다시 조금씩 기름이 새 나오고 있다.

어민들은 "침몰 지점 수면에 4~5초 간격으로 기포가 올라오고 수면에 엷은 기름막이 형성되고 있다"며 "인근 어장 피해를 막기 위해 하루 빨리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홍권삼 기자

◇ 침몰=1988년 2월 포항시 남구 대보면 앞바다에서 벙커C유 2천5백60㎘를 싣고 울산에서 강원도 동해시로 가던 경신호가 높은 파도에 침몰했다. 이 가운데 기름 1천9백여㎘가 새 나와 동해안이 심각하게 오염됐다. 당국은 2001년 9월 경신호를 조사한 뒤 5년 내에 남은 기름을 처리하지 않으면 선체 부식으로 유출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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