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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안걸리는 소' 복제 성공] "예방주사 안맞아도 병 안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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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대학병원 임상의학연구소 9층 연구실. 생후 채 한달이 안 되는 송아지 네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모두 태어난 날은 차이가 있지만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다. 온 몸이 짙은 갈색에 발목과 꼬리 끝의 흰털 줄무늬, 머리의 앞쪽에 나 있는 가마 등 틀린 곳을 찾기 어렵다. 한 마리의 저지종 소의 세포로 복제했기 때문에 유전자나 모양에서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들은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개발한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송아지다. 이번 개가는 세계인의 식탁과 축산업자들을 떨게 해온 광우병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나 사람을 낫게 할 수는 없지만 소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게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송아지들을 키워 새끼를 낳게 하면 그 송아지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 씨만 보급하면 축산업자들이 광우병 걱정없이 소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개발하는 데는 유전자 조작과 동물 복제기술이 함께 사용됐다. 연구팀은 먼저 광우병을 일으키는 생체 내 단백질인 프리온이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복제용 세포의 유전자를 바꿔치기 했다. 즉, 프리온과 유사한 단백질을 만들어내지만 광우병은 일으키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세포를 동물 복제과정으로 넘긴다. 소 난자의 핵을 빼낸 다음 복제용 세포를 핵 대신 집어넣은 후 대리모 암소의 자궁에 넣어 임신하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소는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

1997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미국 UC샌프란시스코대 스탠리 프루시너 박사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쥐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광우병 발병물질을 먹이거나 주사해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쥐는 광우병에 걸렸다.

연구팀은 프리온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자체를 빼내 버린 송아지를 만드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이렇게 만든 배아를 임신 중인 암소가 십여마리에 이른다. 이렇게 태어나는 송아지 역시 광우병에 걸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적으로도 이번 성과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낼 전망이다. 현재 각국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광우병 예방약이나 광우병 저항성 소의 개발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기선을 잡음으로써 소 축산기술의 강자로 올라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이번에 태어난 송아지를 대상으로 정말 광우병에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임상시험을 하는 단계다. 송아지에 광우병 발병물질을 먹이거나 주사하는 등의 실험을 하게 된다.

보통 광우병에 걸리는 소는 3~5년생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정도 기간이 지나야 산업화 유무가 결정된다. 임상시험은 일본에 건너가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실험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기술 하나 없이도 시설 하나만으로 특허권의 절반을 나눠갖게 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발표현장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연구결과는 기술이 아니라 마술이며, 감전된 듯하다"고 말했다.

박방주.최지영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광우병 안 걸리는 소 및 무균돼지 복제 성과 발표회장에서 동물간 이종장기 수술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황우석 교수,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盧대통령, 박호군 과기부 장관, 권양숙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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