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불법모금 알았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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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10일에도 서울 옥인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했다. 아침에 홍사덕 총무가 그를 찾았으나 10여분 만에 돌아갔다. 洪총무는 "李전총재는 내 말만 잠자코 들었을 뿐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李전총재의 얼굴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한 측근은 "총재가 신경과민으로 연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엔 "바람이라도 좀 쐬시라"는 권유에 따라 외출 채비를 했으나 집 밖에 진을 친 기자들을 보곤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이 측근은 "李전총재는 취재진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어 마당에서 맨손체조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변비까지 걸렸다"고 했다.

李전총재는 이날도 측근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유승민.이종구.이병기씨 등이 불려갔다. 이들은 李전총재가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한 채 "조만간 옥인동의 입장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말만 했다. 그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 "李전총재가 지난해 대선 때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당시 선거대책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한 의원은 "서정우 변호사가 어떤 일을 했는지 李전총재가 사전엔 몰랐을지 모르나 사후에는 알았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재정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에게서 '공식 자금은 사무총장 전결로 집행됐으나 비공식 자금에 대해선 그 윗선에까지 보고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李전총재의 측근들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대꾸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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