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보호 조수 안 가리고 무차별 남획|불법사냥극성 야생동물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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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불법수렵이 판을 치고있다. 고성능 공기총과 덫·함정 등을 이용한 불법수렵행위가 전국적으로 성행하고 있으나 단속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밀렵꾼들은 야간을 틈타 야생 조·수를 닥치는 대로 포획하고 있다. 이때·문에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비릇, 보호·조수인 노루에서 멧돼지·산토끼와 심지어 까마귀에 이르기까지 뭇 야생조수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불법수렵이 심한 충북·강원·경북·전남지방의 실태와·문제·대책 등을 알아본다.

<충북>
올 겨울 순환수렵장으로 개강된 충북도내에 사냥꾼들의 불법수렵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제천·중원·단양·괴산군 등 멧돼지·고라니·노루·산토끼 등 야생조수가 많은 지역에는 하루 2백∼3백명씩 엽사들이 몰려 사냥을 하고있다.
그러나 몰지각한 사냥꾼들이 보호조수를 마구 잡거나 야간사냥으로 인명피해를 내는 등 불법 수렵행위를 일삼고 있다.
그런데도 행정관서와 경찰에서는 포획승인에 따른 수렵연장을 내주며 수입만 올리는데 치중, 단속의 손길은 미흡하다.
수렵금지조치가 해제된 뒤 충북도내에서 단속에 적발된 불법수렵행위는 야간수렵 6건 10명, 무허가수렴 5건 8명, 불법 엽구제작 및 판매 3건 3명 등 모두 21건에 35명이 적발됐다.
사냥꾼들의 불법수렵은 주로 단속의 눈을 피해 야간을 틈타 이뤄지고 있는 실정.
충북도 관계자는『일부 몰지각한 엽사들의 불법수렵이 성행하고 있으나 인력이 달려 단속에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강원>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 지역은 고성·삼척 등 영동지방과 순환수렵장으로 지정된 충북과 경계지역인 영월·원주군과 내륙지역인 홍천·인제·양구군 등으로 이들 지역에선 멧돼지·노루·고라니 등이 무차별 포획되고 있다.
고성군 간성읍 장신리에서는 지난 1월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이 잡혀 80만원에 거래됐으며 고성군 현내면 마달리에서도 멧돼지 5마리가 잡혀 팔렸다.
또 곽모씨(30·고성군 간성읍 장신리)는 마을 앞 계곡에서 5년 생 노루 1마리를 잡아 55만원을 받는 등 고성군 일대에서만 20여 마리의 야생조수가 포획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홍천군내면·남면, 영월군 남면, 양구군 동면 등지에서도 멧돼지와 노루가 10여 마리 이상 포획됐으며 포획된 야생조수의 고기 및 쓸개들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으며 야생조수고기만 전문 판매하는 음식점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멧돼지 쓸개의 경우 중간 상을 거친 경우 2백여만원을 호가해 주민과 직접 연결될 때는 70만∼80만원 선에 구할 수 있고 노루는 1백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이같이 야생조수 불법수렵이 성행을 해도 단속의 손길은 미약, 강원도 경찰청의 경우 현재까지 47명을 야생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입건했으며 도 등 행정기관에서는 61건에 74명을 적발하는데 그쳤다.
근본적으로 부족한 단속인원으로는 폭설이 자주 내리는 도내 구석구석에서 암암리에 어루어지고있는 불법수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찬호 기자>

<경북>
경북도내에는 최근 당국의 느슨한 자연보호와 야생동물보호를 틈타 산 토기·기러기·고라니·오소리·너구리는 물론 까마귀에 이르기까지 마구잡이 식 밀렵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이들 밀렵꾼들은 랜드로버 등 사냥차량과 망원 조준경이 장착된 고성능 엽총, 서치라이트 등 최신사냥장비에 사냥개까지 데리고 2∼3명씩 떼지어 안동·영 풍·봉화 영양 등 경북북부 산간지방을 찾아다니며 산짐승과 새들을 잡아 도시고객들에게 정력강장제로 팔아 넘기고 있다. 특히 선산군 무을면과 고령군 쌍인면 등 경북도내 남부산간 지방에는 정력보강과 당뇨병에 좋다는 소문으로 마리 당 20만∼30만원씩에 팔리는 까마귀사냥이 극성을 부리고있다.
경북지방 경찰청은 지난해11월부터 현재까지 불법수렵행위 단속에서 30건을 적발, 밀렵꾼 50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1명은 구속하고 4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김영수 기자>

<전남>
겨울철 수렵행위가 금지된 전남도내 산간 및 도서지방에서도 각종 총기류와 독극물에 의한 불법수렵이 극성을 부리고 있으나 단속인원과 장비부족으로 단속실적이 미미한 실정이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해11월부터 수렵행위가 금지된 도내 화순·구례·곡성 등 산간지역과 신안·진도 등 섬 지방에 대해 밀렵행위단속을 실시, 지금까지 모두 3건에 8명의 밀렵꾼을 검거해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이들 밀렵꾼들은 주로 야간에 승합차·지프 등 기동성이 뛰어난 차량을 이용, 산간지역을 이동하면서 밀렵행위를 하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실제로 전남 도는 지난달10일부터 26일까지 경찰과 함께 밀렵행위 합동단속을 실시했으나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이처럼 행정당국의 단속손길이 미치지 못한 이유는 단속인원과 장비 등의 절대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행 법규상「미수범」에 관한 처벌규정이 없어 밀렵 금지구역에서 밀렵꾼을 적발했을지라도 포획 물이 없으면 입건·조사할 수 없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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