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미술계 한국화가들에 손짓-유명화랑서 초대전 잇따라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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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미술계의 중심지인 파리 미술계가 최근 들어 한국화가, 그 중에서도 신진·중견화가들을 주목해 잇따라 초대전을 열고 있다.
그 동안 한국화가들의 파리전이 주로 원로·중진화가들에 국한되었던 점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발전적인 변화로 보인다.
한국의 20대 젊은 화가 52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인 「92한국 청년작가 파리전」이 지난 1월27일∼2월8일 에스칼리에 화랑에서 열린데 이어 중견서양화가 황영성씨(51)의 초대전이 2월12일부터 3월5일까지 베르넴 준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또 신진화가 전병현씨(35)의 초대전이 오는 3월19일∼4월25일 파비앙 블라키아화랑에서 열릴 예정이다.
특히 황·전씨의 전시회는 파리화랑가에서도 권위 있는 일류화랑 등이 직접 한국화가를 초대해 전시회를 마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 동안 파리를 비롯한 외국전시회의 대부분이 화랑을 임대해 연 것이었기 때문이다.
주한 프랑스문화원이 후원한 「92한국 청년작가 파리전」은 대학·대학원을 졸업한지 몇 년 안 되는 20대화가 52명의 작품이 파리화단에 대거선 보임으로써 한국미술계의 저변을 일부나마 소개한 셈이다.
에스칼리에 화랑은 이번 출품화가 가운데 4명을 선정해 각각 초대전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초대전은 불과 3∼4개월만에 기획·추진되어 수준과 짜임새 면에서 허술한 점이 노출,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황영성씨(조선대 교수)의 전시회는 지난해 5월, 황씨가 제25회 몬테카를로 국제회화제에 서 「베스트 10」작가로 선정됨으로써 이뤄졌다.
황씨는 이 회화제틀 통해 유럽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곧 파리의 베르넴 준화랑의 초대를 받게된 것이다.
베르넴 준화랑은 2백년 가까운 전통을 가진 유수황 화랑. 황씨는 이번 전시회에 86년 이후의 신작 20점을 출품했다.
황씨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파리에 화실을 마련, 본격적인 해외 작품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전병현씨가 초대된 파비앙 블라키아화랑은 그 동안 파렐 아펠, 뒤 뷔페, 샘 프랜시스, 타피에스 등 세계적인 대가들의 전시회를 그들이 세계적 명성을 얻기 전부터 열어 안목을 인정받고 있는 권위 있는 화랑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파격적으로 40여일 동안 열린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씨는 거의 독자적으로 그림을 배워 제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양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화가로 지난해엔 스웨덴의 대표적 화랑인 웨터링화랑의 전속화가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현대인의 고뇌를 주제로 한 유화작품을 비롯해 한지작업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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