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집안 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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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구름 한점 없이 맑게 갠 날인데도 남산에서 북한산을 볼 수 없는 날이 있고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서울로 오다보면 멀리 서울 하늘 위에 흑갈색의 공기가 잔뜩 몰려있는 것을 볼 때도 자주 있다. 물론 대기오염 때문이다. 여러 가지 먼지·아황산가스·질소산화물·일산화탄소 등이 도시의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라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각각의 성분과 유해정도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름조차도 생소할 정도다. 아무튼 대기오염이 심해지면 급성 호흡기질환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기존의 폐질환이 악화되며 심혈관 질환에도 나쁜 영향을 주어 그 지역 주민의 사망률까지 높이는 등 건강피해가 당연히 증가되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대책이 중요하다.
그러나 깨끗한 공기와 관련해 또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집안공기다. 대기오염이야 각자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집안공기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개선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뿐 아니라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주로 아기·임산부·환자·노인 등 나쁜 공기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대책이 있어야한다. 바로 가습기에 대한 것이다. 겨울철에 집안공기가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호흡기질환 환자가 있는 집에서 많이 사용하므로 가습기에 의한 집안 공기오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방안공기를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습기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청소를 잘 하지 않은 가습기를 사용하면 미생물이 번식해 온 방안으로 퍼지고 때로는 미생물이 생산한 독소가 몸 안에까지 퍼져 감기증상과 비슷한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근래 인기를 얻고 있는 초음파 가습기가 더 문제가 될 때도 있다. 오염된 물을 사용하면 중금속 등이 몸 안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고 과민성 폐렴이 유발되며 오래 지속되면 폐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오염된 대기만 원망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담배를 피우지 말고 실내공기의 환기에 유의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경우 자주 청소를 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 실내공기를 청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서정돈<서울대의대·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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