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약사 '짝짓기가 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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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기 무섭게 국내.외국계 제약사 간 '짝짓기'가 활발하다.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SK케미칼과 MSD 백신 제품의 영업 마케팅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했다고 9일 밝혔다. 세계 최초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다실'과 로타바이러스 위장염 예방 백신 '로타텍'의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국내 시장을 발빠르게 선점하겠다는 한국MSD의 포석이다.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는 미국에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시판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MSD는 SK케미칼에 백신 제품을 공급하고 마케팅 전략 개발과 전문 의료진에 대한 제품안내, 영업사원 교육 등을 해 준다. SK케미칼은 모든 한국MSD 백신제품의 판매 및 유통을 책임진다. 한국MSD의 마크 팀니 사장은 "우리가 단일 품목의 아웃소싱이 아니라 국내 제약사와 전 백신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맺은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 생명과학부문 신승권 대표도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내.해외 제약사 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게 일어나 상호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 "이라고 말했다.

CJ 제약사업본부도 일본의 LION(라이온)사와 일반 의약품(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품목)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했다고 이날 밝혔다. LION은 1891년 설립된 생활화학업체로 지난해 매출이 2조6000억원, 이 중 일반의약품 사업부문 매출이 3900억원에 달한다. CJ는 LION의 유명 제품인 스토파 위장약, 스마일 점안제 등을 차례로 들여와 국내에 독점 판매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짝짓기 사례로는 발기부전 치료제 '레비트라'를 놓고 바이엘과 종근당이 맺은 전략적 제휴를 꼽을 수 있다. 레비트라의 지난해 총 매출은 55억원이었지만 2월 5일부터 이름만 바꿔 출시한 '야일라'는 종근당의 영업망을 등에 업고 한달 만에 35억원어치가 팔렸다. 종근당은 올해 매출 100억원 돌파를 기대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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