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한국빙상 신기원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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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알베르빌=김인곤 특파원】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1천m레이스가 펼쳐진 21일 새벽(한국시간), 올림픽 아이스 홀은 준준결승·준결승을 차례로 치르면서 후끈 달아올라 열기로 가득 찼다.
이윽고 결승에 오른 4명의 전사들이 스타트라인에 섰다. 트랙안쪽부터 이준호(이준호)맥밀런(뉴질랜드) 김기훈(김기훈) 블랙번(캐나다)의 순서.
총성과 함께 스타트라인을 박차고 나선 선수들은 맥밀런·이준호·블랙번·김기훈의 순으로 트랙을 한바퀴 돌았다. 공교롭게도 한국선수들이 뒤쳐진 탓인지 한국응원단석에서는 가벼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두바퀴째까지 같은 순서가 이어져 한때 술렁이는가 싶더니 세바퀴째 첫 코너에서 밝은 청색과 노란색이 모자이크된 한국선수 유니폼이 코너안쪽을 파고들며 총알처럼 선두로 나서는 모습이 번쩍 눈에 띄었다. 한국의 호프 김기훈이 마침내 선두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이준호가 강호 맥밀런을 제치고 3위로 끼어 들었다. 블랙번은 앞서나간 김을 추월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질주, 한때 두 선수가 어깨를 나란히 한채 동반활주를 했으나 김은 상대의 추월기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한바퀴를 남기고 스퍼트, 2위 블랙번과 2∼3m의 거리를 두고 여유 있게 골인했다. 1분30초76의 세계신기록이었다.
지난 90년3월 암스테르담 월드컵대회(네덜란드)에서 일본의 가와사키 스도무가 작성한 종전 최고기록(1분31초80)은 이미 준결승 2조에서 1위한 이준호(1분31초27)에 의해 깨졌지만 김이 다시 이를 0초51이나 단축한 것.
김과 이는 이에 앞서 16강전, 8강전을 시원스럽게 통과, 그동안의 성가를 한층 드높이면서 한국빙상에 값진 금자탑을 선사했다. 44년이나 애타게 갈망해온 빙상계의 숙원을 일시에 풀어주는 영광의 순간이었다.
한편 이날 메리벨에서 벌어진 알파인스키 여자회전경기에선 오스트리아의 페트라 크론베거가 1분32초68로 우승, 알파인복합에 이어 2번째 금메달을 복에 걸며 대회 7번째 2관왕이 됐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최장거리인 1만m에선 네덜란드의 벨디캠프가 14분12초12를 마크, 세계최고기록(13분43초54)보유자인 노르웨이의 코스를 따돌리고 우승, 네덜란드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메달레이스에선 독일이 금 10, 은 9, 동6개로 EUN(금8, 은5, 동7)과 노르웨이(금7, 은6, 동5)를 제치고 선두를 고수, 종합우승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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