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속도 살리는 코너링 일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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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마디로 압권이었다. 김기훈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이미 김기훈을 잘 알고 있는 세계 각국의 선수임원 등 모든 관계자들은 『역시 김기훈이다. 김기훈은 당분간 본인이 실수하지 않는 한 아무도 이길 사람이 없다』고 찬탄이 가득 담긴 평가에 부러움을 섞었다.
김이 이처럼 세계무대에서조차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게 된 것은 끊임없는 자기개발자세에서 비롯됐다.
김은 이미 세계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무대에서 오른발 외발타기 주법으로 코너를 빠져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발을 번갈아 바꾸면서 코너를 도는 선수들보다 훨씬 적은 원을 그리는 까닭에 남들보다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일본에서 김의 경기모습을 촬영, 외발타기주법을 시도하기 시작하자 김은 여기에 또 다른 기술을 도입했다.
코너를 도는 순간 오른발에 체중을 싣기 때문에 왼쪽어깨를 낮춰줌으로써 원심력에 대한균형을 잡는 방식에서 한 단계 뛰어올라 반대로 오른쪽 어깨를 낮추고 왼쪽 허리와 엉덩이를 치켜세우는 자세를 스스로 개발해 낸 것.
이 자세의 장점은 외발타기 주법이 코너 끝 부근에 가서 스피드가 떨어지는데 비해 회전속도를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데 있다.
물론 허리와 무릎에 그만큼 더 부담이 가기 때문에 김은 지난가을부터 시작한 이 새 기술 습득과정에서 약간의 허리부상을 입고있다. 이 새로운 코너링 기술(외발타며 오른쪽 어깨 낮추기)은 지난1월부터 비로소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국제무대에서 정식으로 위력을 발휘한 것은 이번 올림픽무대가 처음.
한때 대표팀 코칭스태프로부터의 반대를 겪기도 했던 이 기술을 즉각 알아낸 팀은 일본 팀의 코칭스태프.
일본의 지도자들은 경기가 끝난 후 축하인사를 하면서도 「저 기술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해올 정도였고 불과 2∼3개월만 지나면 세계적으로 알려질 것이라는게 한국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예상. 바야흐로 김기훈은 한국 첫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영예는 물론 올림픽2관왕이라는 신기원을 열게될 것이 확실시되고 세계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계에는 「김기훈 코너링」이라는 새로운 활주법이 등장할 조짐이다.
【알베르빌=김인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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