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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정책의 모순/21세기 대비위한 긴급진단(벼랑에선 교육: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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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급 넘치는데 현장선 부족/중등 매년 2만명 적체… 공업계 교사는 모자라/교육현실맞는 사대정원 조정 시급/교직푸대접 교사질도 해마다 저하
국·공립사대 우선임용에 대한 위헌판정이후 두번째로 실시된 지난해 11월24일의 92학년도 중등교사 공개전형은 전체적으로 4천88명을 뽑는데 2만6천1백20명이 응시,6.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불어는 18.5대 1,교육학은 16.2대 1,독어는 15.7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교사자격증을 가진 예비교사들의 공급과잉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총 46개 전공분야중 기계·전자·기술·자동차·전기 등 공업계과목은 많은 지역에서 미달현상을 빚었다.
매년 전국사범대학에서 배출되는 중등예비교사의 수는 12개 국립대학에서 3천4백명,26개 사립대학에서 7천명등 1만명. 여기에 일반 교육과졸업생 3천명과 91개 대학 일반학과 교직과정이수자 1만3천명을 합치면 모두 2만6천여명의 교사자격증 소지자가 매년 배출된다.
이중 실제로 교단에 서게되는 인원은 공개전형을 통한 국·공립학교의 4천명과 학교별 임용을 하는 사립학교의 2천∼3천명(추정)을 합쳐서 6천∼7천명 수준에 지나지 않아 2만명 정도는 자격 뿐인 예비교사로 남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일선 중·고교는 심한 교사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각급학교의 교사확보율은 국민학교가 법정기준의 90.7%,중학교는 83.1%,고등학교는 87%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법정 학급당 학생수 50명을 넘는 학급이 90년 현재 국민학교는 29.1%,중학교가 66.8%,고등학교가 84.5%에 이르는 실정이며 교사 1인당 학생수도 국민학교 35.6명,중·고교 25.0명으로 선진국의 17∼20명 수준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자격증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소위 「상치교사」가 24%나 되며 교사들은 과중한 수업·업무부담에 짓눌려 있다.
교사의 부족으로 학생들은 선택과목조차 자신의 뜻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예산정원」이라는 용어가 우리의 교원수급정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교원수급 정책의 더 큰 문제는 교사의 수급이 교육적 목표에 근거해서 장기적인 전망과 계획아래 수행되지 못하고 졸속으로 이루어 진다는 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성화공대 육성차원에서 설치된 충남대 공업교육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공업화에 필요한 기능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공고교사를 집중육성한다는 목표로 76년 입학정원 5백명의 공업교육대를 설치했으나 실제 공고의 증설등이 뒷받침되지 못해 착오를 빚게되자 이들을 수학·과학교사로 임용했다.
또 70년대 중반부터는 사립대학들이 정원을 늘리는 수단으로 사범대학을 앞다투어 설치,국·공립 우선임용제도 아래서 「교단없는 교사」를 대량 배출하는 부작용을 빚었다.
올부터 추진되고 있는 국민학교 교과전담제도 교사들의 수업부담을 덜고 실기지도가 필요한 과목에 대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교사확보가 난제여서 기존 증치교사들을 활용해야하는 땜질처방에 그치고 있다.
한국교원대 손인주교수는 『3공화국시절때는 안동·마산·강릉·군산·목포 등지의 교육대를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종합대로 개편하는등 교원정책이 교육외적인 바람을 많이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교원정책의 더 큰 문제는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교원의 질」문제다.
교사의 질 관리체제는 교사자원,양성과정,임용과정의 3단계로 구분되는데 우리의 현실은 전반적으로 위기상황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펴낸 「91 전국대학수험자료집」에 따르면 서울대사대의 인문계학과의 경우 입학생의 학력고사 평균점수가 14개 단과대학중 88년 7위였던 것이 91년 10위로 떨어졌으며 줄곧 수위권을 지켜온 지방국립대도 순위하락현상을 보여 교사직을 희망하는 학생의 질에 심각한 변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론 교사직이 타직종에 비해 근무여건이나 보수가 뒤지는등 유인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성과정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원양성 교육과정과 자격증부여에 관한 권한은 완전히 대학에 맡겨진 상태다. 이들 양성기관의 자율관리능력 부족이 교사의 질저하에 가장 큰 원인이 되고있다.
우선 교육과정이 교과내용위주의 이론에 치우쳐 교사가 갖추어야할 교육방법,교직관 등 덕목교육이나 실습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사대교육은 중·고교학생들에게 학문을 효율적으로 전수하고 인간교육을 시키는 교원을 양성한다는 특수목적이 있는데 교육방법·교재연구·평가 등의 교육에는 소홀해 일반학과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중·고교의 입시기관화와 무관하지 않은 문제다. 또 교육대학만 하더라도 표준교육과정이 있으나 사범대학의 경우는 자유방임형인데다 학교간의 차이가 심해 국가차원의 질적 관리에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수준의 대학에 학점만 이수하면 똑같이 교사자격증이 발급되는 것이 우리 교원양성제도다.
올해 중등교원 공개전형결과에서도 국립사대출신과 사립사대출신간에 적지않은 실력차가 나타났다는 것이 일선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임용과정에서는 국·공립교원에 대해서는 94년부터 완전경쟁의 공개전형이 실시돼 질적관리체제를 갖추었다는 평가지만 사립학교는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임용권이 재단과 학교당국에 맡겨져 비공개로 「매직」의 대상이 되는등 불합리한 측면이 적지않다.
임용후에서도 연수기회의 부족으로 교원의 질관리가 제대로 안된다는 것이 현장교사들의 불만이다.
우리의 교원정책은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수인력 유인장치부재→부실한 양성과정→허술한 임용 등으로 악순환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 교육의 위기는 교사에게 걸린 시대적·사회적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교원정책의 해결에서부터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이덕영기자>
◎처우등 유인체제 마련위한 특별법제정 절실/허태진 교육정책연구소장(전문가진단)
교원 문제는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교육 관련 문제들 가운데서도 중대한 문제중의 하나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이제 우리 교직계는 가위 위기상황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처지에 이르고 말았다.
교원들은 낮은 처우,과다한 업무량과 부적절한 근무여건,불합리한 인사제도와 부실한 사회적·정치적 지위 등으로 매우 위축된 가운데 교단에 서고있다.
이러한 교원의 문제는 그 자체로서도 중대한 문제가 되지만,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제반 교육문제들을 유발하거나 촉진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교원의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직이 보람있고 매력있는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제반조건을 충실히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교직을 무조건 성직시하고 교직자들에게 남다른 사명감만을 강요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교원들에게 남다른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그러한 사명감의 유지도 교직이 그들에게 「직업적」 만족을 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교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간 계속해서 미루어 왔던 교원유인체제를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교원유인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로서 특별법의 제정이 가장 효율적인 방책이라는 것이 그간 교육계의 지배적인 여론이었다.
일본은 이미 74년에 이같은 특별법을 제정해 큰 효과를 보았다.
이에 한국교총은 그동안의 시행착오 내지는 시책상의 한계를 거울삼아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성과를 거둘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우수교원 확보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제안했다.
이 법안에는 ▲사립학교교원 공개임용제 ▲국·공립교원의 사립학교 파견 ▲국교의 교과전담제 ▲교사자격 경신제 ▲보수 우대장치 ▲정치활동의 자유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은 교원들에게 충분한 예우와 지위를 보장하고 전문직에 부합하는 교원처우의 획기적 개선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또한 교직을 좋은 직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인 근무여건,인사제도,복지·후생 등과 관련한 사항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또 그 시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재정적 지원의 의무가 반드시 규정되어야 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는 우수인재가 교직을 기피하는 가운데 예비교사가 과잉공급되는 해괴한 교직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교원의 사회적 공헌도가 타직에 비해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모순을 더욱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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