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맞수 이준호-김기훈 가족 뒷바라지도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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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9일부터 시작되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에 겨울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준호 (28·단국대 학사 편입)와 김기훈 (26·단국대 대학원).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하는 쇼트트랙의 세계 정상급이다. 한국 쇼트트랙의 1세대이기도한 이들은 2년 터울의 선후배지만 성실한 훈련과 선의의 경쟁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위상을 세계 톱 클라스로 끌어올린 장본인들이다.
이들의 속도 경쟁도 빙상계의 1급 뉴스에 속하지만 두 선수의 가족들이 장외에서 펼치는 뒷바라지 경쟁도 항상 화젯거리다.
이준호가 연습 (또는 경기)하는 링크에는 항상 아버지 이기준 (57·법무사)씨가 외투나 돕바를 입고 나타난다.
대한 빙상 연맹 이사이자 중·고 빙상 연맹 부회장이기도 한 이씨는 바쁜 법무사 업무중에도 아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버지 이씨가 갖고 있는 아들에 대한 가장 가슴아픈 기억은 국민학교 시절 링크가 너무 추워 준호가 제대로 소변을 못 볼 때와 90년말 발목 부상으로 경기는 물론 연습도 제대로 못하던 때.
당시에는 얼음판이 태릉 링크 하나였는데 낮에는 대표 선수나 대관 관계로 주로 새벽이나 늦은 밤에 훈련하게 돼 추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것.
지난 72년 리라국교 2년 때 빙상에 입문한 이준호는 85년 쇼트트랙 대표 선수로 선발된 이래 정상에 군림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90년 아들이 네덜란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종합챔피언에 오르자 콩코드 승용차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아들의 컨디션과 몸 상태를 직접 체크, 코칭스태프와 수시로 상의함은 물론 다른 학부모들과 만나 장래 문제 등을 의논하는 등 조합장 격이며 빙상 지식도 웬만한 전문가 수준을 능가한다는 평. 16일에 다른 부모 10명과 아들을 현지에서 응원하기 위해 알베르빌로 향했다.
이에 반해 김기훈 선수는 이모 (40)가 경기장을 도맡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한다. 어머니는 주로 집에서 살림을 하고 아버지 김무정 (토건업)씨는 사업상 바쁘기 때문이라는 것.
이모가 경기나 연습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게 있다. 결명자·구기자·대추·인삼·계피· 감초 등을 넣고 집에서 달여온 한방 차가 그것.
빙상장에서 이 차를 한두잔씩 안 마셔본 사람이 없을 정도며 남는 시간에는 자양동의 조계종 포교당에서 온 식구가 매달려 기도를 올린다. 【알베르빌=김인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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