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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개국] 업종별 긴급 점검 ⑤ 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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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섬유기계전'에서 한 업체가 전시한 섬유기계를 해외 바이어들이 살펴보고 있다. 내리막길을 걷던 국내 섬유산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의류 수출업체인 최신물산 김기명 사장은 "요즘 한.미FTA 발효 후의 가격을 묻거나 수입 물량을 늘리겠다는 미국 바이어들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재킷.티셔츠.스커트 등 여성 의류를 미국으로 연간 2000만 장 수출하는 이 회사는 60%는 국내에서, 40%는 과테말라 등에 있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한국산 의류에 대해 15~20%의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 폴리에스테르 직물을 수입하는 루선 텍스타일(미국 뉴욕에 본사)의 트레비스 벌류 사장은 최근 KOTRA 무역관에 한국 직물업체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미 FTA가 발효하면 한국산 수입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는 "폴리에스테르 직물 관세(14.9%)와 통관비용 절감 효과를 감안하면 15%가 넘는 가격인하 효과가 기대된다"며 "한국산 수입을 25~50% 정도 늘리고, 태국서 수입하고 있는 나일론 등 일부 원단 수입처를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중 한국에 와서 새로운 거래처를 물색할 계획이다. 한.미 FTA 타결로 섬유.의류 분야 수출이 날개를 달 전망이다. 산업자원부는 현재의 산업구조만으로도 연간 1억8000만 달러의 수출 증대 효과를 예상했다.

◆높아지는 가격 경쟁력=섬유.의류는 미국 수출시장에서 가장 높은 관세를 무는 품목이다. 평균 관세율은 한국 9.8%, 미국 9.2%지만 가중평균 관세율은 미국(13.1%)이 한국(9.3%)보다 높다. 미국이 20% 이상 관세를 매기는 초고관세 품목 159개 중 직물.의류가 83개를 차지할 정도다. 관세가 철폐되면 그만큼 가격도 떨어져 중국과 동남아산 제품과 가격으로 경쟁할 만한 수준이 된다. 섬유개발연구원 류장래 박사는 "2005년 미국에서 섬유 쿼터제를 폐지한 뒤 값싼 중국제품에 크게 밀렸지만 이젠 우리도 중국산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술력으로 승부 해야=미국의 이익단체인 미국섬유의류수입자협회(USA-ITA) 줄리 휴스 부사장은 "한국산 제품의 강점은 품질과 가격이 적절하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품질을 높여 이탈리아.캐나다.홍콩산 제품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용 섬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도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의류 수출업계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위주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김희영 연구원은 "한.미 FTA를 계기로 한국이 독자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고,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도 혜택 본다=미국으로부터 섬유류 제품의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 관세가 없어지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도 가격 인하 혜택을 입게 된다. 미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품목은 고어텍스.라이크라 등과 같은 고기능성 섬유와 산업용 섬유 등이다. 특히 등산복 소재로 인기가 높은 고어텍스는 국내에서 생산이 안 돼 전량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입 가격이 낮아지면 제조업체의 경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산 원면에 부과되는 관세 4%가 폐지되면 국내 유통 가격도 조금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비스코스와 레이온 등 화학섬유도 조달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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