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기업, 연예인전속금 왜 안밝히나?

중앙일보

입력

엔터테인먼트 상장사들이 고의로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예인과 전속계약 체결시 수익성 등 투자판단의 지표가 될 중요 사항들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

국내 엔터기업들이 '모씨를 영입했다'며 주가상승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를 믿고 섣불리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톱스타를 영입하는 경우 엔터기업들은 과도한 계약금 지급은 물론 관례를 벗어난 9대1, 10대0 조건의 무리한 계약을 맺고 있다. 심지어 계약기간을 감춰 연예인들이 떠난 상황에서도 이를 알리지 않는 '도덕적 해이'도 나타나고 있다.

영입할 때는 공정공시나 보도자료를 통해 '유명인 효과'를 누리고 불리한 속 내용은 감추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연예인 전속계약과 그 내용을 의무공시사항으로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익성지표+탈세방지.. 스포츠선수와 형평성도
전속금과 계약기간, 수익배분율을 공개하면 회사가 해당 연예인으로 얻을 수익을 가늠할 수 있다. 또한 동급 연예인을 활용해 얼마나 사업운영을 잘 해는지 엔터기업간 비교 평가도 가능해진다. 현재 연예인 소속사에 대한 평가는 '덩치가 크면 좋은회사'라는 식의 비경제적인 방식이 주다.

전속계약의 내용이 공개되면 회사와 연예인의 '이면 계약'을 통한 탈세도 방지할 수 있다. 스포츠선수들의 계약금과 연봉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광고모델료 등 부가수익이 크지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입 대부분이 공개되고 있다.

반면 연예인의 경우 출연료, 광고모델료 등 모든 수익이 비공개다. 지난해 97억5000만원의 소득세를 납부했다고 공개한 배용준을 제외하면 상장사조차 내역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 소득중 일부에 불과한 전속계약금도 '몸값으로 비교되기 싫다'는 이유로 연예인들이 공개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금과 연봉이 수익의 전부인 스포츠선수들도 수입공개와 몸값으로 비교되는걸 당연시 여긴다"며 "이에 비해 연예인들은 인격권 등을 내세워 수입공개를 거부한다. 이면계약과 탈세가 만연해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방송·광고업계 '공개 환영'.. 엔터 상장사 "전속금 폐지돼야"
전속계약 내용 공개에 대해 우량한 엔터 상장사와 방송, 영화, 광고업계는 대부분 "당연히 해야 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투자지표가 되는 것은 물론 출연료와 모델료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기획사 관계자는 "전속계약금은 물론 출연료, 모델료도 공개돼야 한다. 과거 '연예인 X파일'과 같은 비공식 자료가 만들어진 것도 모델료 산정과 광고효과 분석에 활용할 객관적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속계약금이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체들이 톱스타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수단으로 부풀려지고 신인들에게는 소속사를 벗어나기 어려운 '족쇄'로 작용하는 등 부정적인 면이 많아,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같이 매니지먼트와 에이전트 수수료율을 법률로 정하고 전속금을 폐지해야 업체들이 업무능력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쟁을 하고, 연예인들의 몸값 거품도 꺼질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엔터 상장사 고위관계자는 "전속계약 내용을 밝히고 싶지만 지금은 연예인들이 수입공개를 꺼려 곤란하다"며 "전속금이 폐지되고 법정 수수료율이 정해지면 연예인들은 업무능력에 따라 기획사를 선택하게 되고, 계약만으로도 충분한 투자판단의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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