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 기술 연구 현장을 찾아서 (12)|서울대 신소재 연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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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 정문을 지나 큰길을 곧장 오르다 후문으로 꺾어지는 삼거리 지점에 이르면 아담한 4층 신축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덕명 기념관이라 이름 붙여진 이 건물이 바로 서울대 신소재 공동 연구소다.
88년6월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90년7월 일진 그룹이 1천5백평 규모의 이 건물을 기증함으로써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건물 이름도 일진 허진규 회장의 아호에서 따온 것이다.
이동령 소장 (54·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은 『소재의 발전 없이는 산업 발전도 없다는 말이 의미하듯 소재는 모든 산업의 뿌리』라고 말하고 『현대는 에너지·정보·유전 공학 등 미래의 문명 사회를 주도해 나갈 각종 첨단 산업의 근간이 되는 재료 즉 신소재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게 인식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국내의 신소재 분야 전문 연구 인력은 선진국에 비해 그 수가 월등히 적으며 실험 기자재도 매우 빈약한 상태이므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연구 기기의 공동 활용이 필요하며 그 중심 기관으로서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인력 양성을 위해 이 연구소가 설립됐다』고 설명한다.
연구소는 금속 재료부 등 6개 부로 구성돼 있으며 89년12월에 한국 과학 재단으로부터 지정된 「신소재 박막 가공 및 결정 성장 연구 센터」가 이 건물에 함께 입주함으로써 대학간 공동 연구, 고가 장비의 확보 등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는 이정중 운영 부장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대·미 워싱턴대·반데르빌트 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거쳐 74년부터 모교에 재직하고 있는 이동령 소장은 『신소재라고 해서 지금까지 없던 재료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써오던 재료의 물성을 개선시키면 이것이 바로 신소재』라며 꿈같은 재료 개발보다는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재료를 외주로 연구비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한햇동안 12억원 정도의 연구비가 지원됐으며 99개의 논문이 국내외 학회지에 게재됐고 18명의 관련 교수들이 39편의 논문을 국제 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소와 센터에는 전국 11개 대학 40여명의 교수가 참여하고 있으며 석·박사 과정 학생도 3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연구소 전자 재료 부장 겸 센터 운영 부장인 주승기 교수 (40)는『올해부터는 과제 수를 줄여 1과제에 많은 교수가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올해 「HDTV (고선명 TV) 및 대형 브라운관용 섀도마스크 재료 개발」 「전기자동차용 강력 전지의 개발」 등 6개 중점 과제와 2개 소형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기자동차용 전지의 경우 우선 미니카나 골프장 차량용을 제작하고 96년께까지는 전기·가솔린 겸용 자동차를 만들어 낼 계획.
센터에는 전자재료·자성재료·결정성장 등 세개의 연구실이 있으며 레이저가공·박막가공·복합반도체 재료합성·자성재료의 개발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15개의 실험실에는 1백여명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저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성체 박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현성씨 (27·박사 과정 3년차)는 『국내 최고의 시설에서 연구한다는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최초의 VTR용 자기저항 헤드를 만들어 보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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