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 전자산업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가라오케가 음악반주의 한 양식으로 정착한지도 이제는 제법 오래되었다.
서울의 유흥가에 가라오케가 처음 등장할 때만해도 한구석에 조심스럽게 나붙었던 간판이 이제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함께 한집 건너 보이는게 가라오케다. 가라오케붐은 동남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얼마전 일본의 한 방송은 가라오케가 세계를 제패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장담했다. 그들은 칸초네나 샹송이 굳건히 터닦아놓은 유럽이라 할지라도 가라오케의 상륙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가라오케란 말이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방송스튜디오에서다. 많은 인원으로 구성된 악단의 출연료를 줄이기 위해 노래말이 없는 반주만 가지고 출연가수들을 몇번이고 연습시킬 수 있다고해서 나온 말이다.
그 가라오케가 유흥업소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은 무언가 발산하고 싶은 주당들에게 자신이 오키스트라의 반주를 받으며 무대에 서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그것은 질펀하게 앉아 한상 가득 벌여놓고 먹고 노는 식의 전통적 음주문화와 달리 부담없고 간편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간편하고 부담없는 그 가라오케에 묻어오는 일본대중문화의 침투를 우리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개중에는 일본노래들이 무분별하게 섞여 있고 그것을 흥얼대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때문이다.
어제날짜 중앙일보를 보면 정부에서는 룸살롱등 유흥접객업소의 팁을 양성화·정액화하는 방안과 함께 팁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을 식품접객업종으로 신설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노래방」은 「퇴폐적인 밀실」이 아닌 공개된 장소에서 여자접대원 없이 술을 즐기며 기타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는 신종술집이다.
예부터 우리민족을 가무음곡을 즐기는 민족이라고 일컬어 왔듯이 우리민족의 생활에는 노래가 필수적인 요소로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산업화되면서 옛날과 같은 일과 노래의 결합은 점차사라지고 그것을 발산하는 곳은 일을 끝낸후의 술집이 고작이다. 따라서 건전한 노래를 부담없이 부를 수 있는 「노래방」같은 술집이야말로 퇴폐문화·일본색문화를 추방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 틀림없다.<손기상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