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서 묵히는 좋은 외화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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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창고에서 낮잠 자는 고급 외화들이 늘고 있다.
상업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극장들이 상영을 꺼리기 때문이다.
외화 수입이 폭주하는 속에서 악화가 양화를 내쫓는 셈이다.
이 통에 관객들은 예술 영화를 볼 권리를 잃고 있다.
극장주의 생각과 달리 고급 영화에도 관객은 몰린다.
요즘 호암아트홀에서 상영중인 프랑스 영화 『마농의 샘』이 개봉 50일째 거의 매일 매진을 기록중인 것이 한 예다.
영화인들은 예술극장 전용관이 2∼3곳만 더 생겨도 서울의 극장 문화가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곳을 즐겨 찾아 나설 관객 층이 두껍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현재 고급 외화로 인정받으면서도 개봉이 난망한 영화는 20편 가까이나 된다.
그러나 이 영화들 중 몇편은 언젠가는 상영될 것이고 상당수는 비디오로 출시할 예정이므로 팬들은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
▲유로파=『정복자 펠레』의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작.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몽타주 기법과 특수 촬영이 뛰어난 칸 심사위원상 수상작.
▲바베트의 만찬=역시 덴마크 감독 가브리엘 엑셀이 연출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 현세의 혁명과 내세의 종교 사이에서 자아를 찾는 이야기.
▲불타는 미시시피=『미드 나이트 익스프레스』의 앨런파커 감독이 미국 남부의 뿌리깊은 인종차 별 문제를 미시시피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그린 수작.
▲아, 카르멜라=스페인의 최고감독인 카를로스 사우라가 스페인 내란을 무대로 휴머니즘에 입각해 연출한 가작.
▲택시 블루스=소련감독 파벨 룸긴이 90년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를 배경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프랑스의 감성주의에 흑인 블루스까지 접목시켜 만든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델리 카트슨=프랑스의 신인 장 피에르 쥐네와 마르크 카로가 공동 감독한 컬트무비. 새로운 카메라 워크로 인간의 고통받는 미래를 그렸다. 동경영화제 영시네마 부문 대상 작.
▲디바=역시 프랑스 누벨이마 주세대의 감독 장자크 베네가 파리의 매춘 조직과 형사들간의 추격전을 새로운 영상으로 표현한 영화. 미국 비평가 협회가 80년대 세계 영화 베스트10에 올렸다.
▲베를린 천사의 시=극장을 결국 못 잡아 비디오로 나온 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걸작. 통일 전 베를린에 하강한 천사가 상처받은 영혼을 씻어주는 환상적인 영화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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