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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인쇄기」로 30분내 감쪽같이 재생/지문·인장 어떻게 위조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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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진촬영후 수지판 이용해 완성/육안 식별안돼… 필름없애면 추적 불가능
필적이나 지문·인장이 어떻게 얼마나 감쪽같이 위조될 수 있을까.
국과수 부정감정 의혹사건이 터지면서 대전의 건설업자 이세용씨(42)가 필적·인장 등을 위조해 국과수의 진본감정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와 위조부분에 또다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가짜 무인과 도장이 찍힌 위조된 현금보관증을 국과수 관계자가 뇌물을 받고 「진짜」로 허위감정했다』는 민사소송 당사자측의 제보로 발단이 됐기 때문에 허위감정뿐만 아니라 진본과 다름없는 위조부분도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본과 다름없는 위조가 가능하다면 누구든 자신도 모르게 금품·재산관련거래 서류가 자기명의로 꾸며져 엉뚱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자칫 엄청난 혼란과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그 위조의 과정과 실물모사정도 등을 알아본다.
◇위조=일본에서 최근 수입된 「수지인쇄기」를 통해 실물대로 복제가 가능하다.
이 인쇄기의 원래 용도는 손으로 쓴 명함이나 사인·로고·문양 등 각종 디자인을 원본대로 대량 복제인쇄하기 위한 것.
위조하려는 무인이나 인장을 실물크기로 찍은 뒤 필름을 감광수지에 완전히 진공밀착시키는 것으로 작업이 시작된다.
수지의 두께는 1㎜로 복수화학처리된 수용성 소재.
밀착된 필름과 수지에 2분∼3분간 자외선을 쐰뒤 분리한다.
분리된 수지를 물에 씻으면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필름을 통해 자외선을 쐰 지문이나 도장의 글씨부분만 남고 나머지는 표면이 녹아 지문·인장·서명 등이 양각된 복제물이 된다.
그 표면에 인주나 스탬프 등을 묻혀 찍으면 실제의 무인·날인이 얼마든지 똑같이 재생되는 것.
특정인의 엄지손가락 지문이나 도장을 마음대로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소요시간은 20∼30분으로 현재 서울시내만도 70여곳의 인쇄소가 이 인쇄기를 갖추고 있다.
복제가격은 개당 1천2백원(도장)∼3천원(디자인)선.
◇정밀도=복제품이 종이 등에 찍혔을때 육안으로는 실물과 구별할 수 없을만큼 거의 완벽하게 재생된다.
다만 국과수나 사설감정인 등 전문가를 통해 감정할 경우 다소 실물과 차이점이 발견된다는 것.
촬영당시,또 수지를 물로 씻는 과정에서 미세한 부분이 제대로 찍히지 않거나 물에 씻겨,2∼3배 확대해 돋보기 등으로 살펴보는 정밀감정의 경우엔 복제품인 것이 십중팔구 드러난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서울 을지로 광일사진제판사 주인 안재국씨(40)는 『선이 굵은 도장의 경우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가는 융선으로 이어진 지문의 경우 정밀감정을 하면 대부분 가짜임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뇌물수수 및 허위감정용의자로 제보된 국과수 김형영 문서분석실장도 『인장·지문위조사기 정보에 따라 89,90년 69개의 지문·인장을 복제,정밀감정한 결과 대체로 식별이 수월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들 복제물의 경우 필름등을 없애면 일체 증거를 남기지 않게 되며 이같은 사기수법에 따라 일본에선 몇년전 인감제도를 신용카드처럼 전자판독식으로 바꿨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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