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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부터 회화까지 윌리엄 웨그만 첫 한국 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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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람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개들, 그림 엽서에서 출발해 다양하게 확장되는 그림들.

서울 성곡미술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웃기고 & 이상한'전은 상상력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작가는 미국에서 비디오와 사진, 드로잉과 회화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윌리엄 웨그만(64).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자신의 애완견을 찍은 초기 흑백 사진, 폴라로이드 사진, 회화, 드로잉, 콜라주, 비디오를 포함해 110여 점을 보여준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애완견(바이마라너 종)을 출연시킨 다양한 의인화 사진들이다. 스티로폼 박스에 앉아 물에서 떠내려가고 있는 처량한 표정('떠내려가다'), 들풀을 침대 삼아 한참 잠에 빠져 있는 모습('침대'), 불안하고도 당황해 하는 얼굴('침입자'), 유리그릇을 모자처럼 쓰고 있는 천연덕스런 자세('푸른색 모자')등은 관객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개들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실은 할머니 '페이 레이'를 정점으로 딸, 손자에 이르는 3대, 12마리다. 모두 작가의 연출에 잘 협조해 때론 무표정하게, 때론 사람보다 더 표정있게,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엽서를 이용한 대형 풍경화들은 보는 이의 상상을 자극한다.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그림엽서를 화면에 붙인 뒤 그 주위 풍경을 계속 확장해서 그려나가는 식이다. 역설적 유머를 담고 있는'행복해'를 보자. 엽서엔 작은 동물과 이마를 맞대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이가 나온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보는 시선을 넓힌다. 기실 동물을 안은 채 조금 울적한 표정으로 여자 친구를 생각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익숙한 주변의 것들이 늘 그 자리가 아니라 때로는 엉뚱한 상황에 있는 그런 상황을 표현한다"는 평가를 실감나게 한다.

웨그만은 퍼포먼스, 영상, 개념미술 작업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그의 비디오는 '세터데이 나잇 라이브''세서미 스트리트'등 미국 TV에서 정기적으로 소개됐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능력""마치 연극처럼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교""삶의 기이한 모습까지 끌어안는 포용력"등의 평가를 받는다.

2004년엔 노키아 핸드폰을 광고하는 15초짜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미국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2년 계획의 회고전이 시작됐다. 그의 작품은 보스턴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에도 소장돼 있다. 성곡미술관 전시는 7월 22일까지다. 02-737-765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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