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오빠되어 학생들 공부 돕죠"-서울시 「전농공부방」관장 남초격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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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전농1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독서실 「전농 공부방」의 관장은 스님이다.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각 구청이 운영하는 공부방중 이곳은 관할 동대문구청이 조계종 총무원측에 운영을 위탁했기 때문이다.
청량리에서 자선포교원을 운영하던 남초격 스님(3·승가대 사회복지학과 2년)은 공부방이문을 연 지난 90년 6월부터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의 위촉을 방아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동사무소로 쓰던 2층 건물의 지하 보일러실을 개조한 관장실에 기거하면서 이곳 1, 2층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형·오빠·상담 선생님을 겸하고 있다.
입장료 1백원에 오전6시부터 오후10시까지 문을 여는 70석 규모의 작은 독서실이지만 이곳은 엄격한 규율과 다채로운 행사로 이름나있다.
잠자는 학생은 깨워 찬물 세수를 시키고 떠드는·학생은 벌을 세우며 학습이 부진한 학생은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즉석 영어·수학과외도 해준다.
초격 스님은 상담선생님이기도 하다.
스스로 찾아오는 학생 뿐 아니라 갑자기 멋을 내기 시작하는 등 행동이전과 달라지거나 얼굴에 근심이 쓰여있는 학생이 있으면 관장실로 데리고가 차분하고 자상하게 물어보고 상담해준다.
『주된 고민은 진로와 이성 문제입니다. 특히 이성문제는 뜻밖에 심각한 상태에 있는 경우도 많지요. 사춘기의 중·고생들에게는 관심과 애정이 특히 필요합니다.』
지난해 4월에는 불교대학 교수 등을 초빙해 청소년 진로 및 이성문제에 대한 토론회도 열었다.
또 봄·가을에 한 차례씩 야외캠프도 개최하고 청소년 광장·세미나 등도 연다.
지난해 9월엔 90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경기도 문산의 청소년 캠프에가 1박2일간 지내며 극기훈련, 게임, 부모님께 편지쓰기 등의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매년 한두 차례 여는 청소년 광장은 한나절동안 독서실 2층에서 노래 자랑·게임 등을 하며 노는 스트레스 해소잔치다.
이외에도 그는 2천권의 장서를 갖고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책을 빌려주고 있으며 1년에 4차례 분기마다 중·고생 한 명씩을 선정해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는 장학제도도 시행한다.
구청에서 주는 자신의 월급 40여만원과 불교 신도들로 결성된 공부방 후원회의 지원금으로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보수를 포함한 공부방 운영경비로 쓰지만 재정은 항상 빠듯하다.
중3때인 15세에 출가, 경기도 광릉의 봉선사에 적을 두고 있는 그는 『일반인에 대한 포교보다 한창 인격 형성기에 있는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커가게 도와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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