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코감기약 효과 없다-신민호 교수·미 존스흡킨스 대 공동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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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코감기 치료약으로 병원·약국 등에서 주로 처방되는 항히스타민제가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톨릭의대 신민호 교수(이비인후과)는 퇴근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나클레리오 교수(소아이비인후과)팀과 바이러스성 비염(코감기)에 대한 항히스타민제의 약효연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약제가 코감기로 인한 콧물·재채기 등의 증상을 가라앉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코감기는 보통 바이러스성과알레르기성의 두 종류로 나뉘는데 이중 바이러스성이 대부분(90%)을 차지한다.
신 교수팀은 건강한 실험지원자 12명에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비염바이러스)를 접종시킨 후 이들의 콧물 등에 대해 화학매개체와 바이러스항체검사를 실시, 비염에 걸린 사실을 확인한 뒤 현재 비염치료에 주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를 실험약물로 투여해 『약효가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
항히스타민제는 코감기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약제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1백여종 이상이 생산돼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콘×××·액×××·히스××·로라××·세티××·아자××·텔×등 수많은 항히스타민제가 코감기치료약으로 일반에 시판되거나 병원·약국 등에서 조제되고 있다.
신 교수는 『항히스타민제가 바이러스성 코감기에 효과가 없는 것은 이 감기의 발생기전이 알레르기성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알레르기성 코감기의 경우 코의 점막에 분포한 비반세포내에 존재하는 히스타민이 알레르기물질의 자극에 의해 터져 나옴으로써 각종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바이러스성 코감기는 히스타민 대신 키닌(kinin)이나 브래디 키닌(br-adykinin)의 분출량이 늘면서 콧물·재채기 등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코감기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의 코 속에 키닌을 투여해 본 결과 키닌에 의해 혈관투과성이 증가되고 콧물·재채기는 물론 인두통까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한편 이런 연구결과에 대해 고려병원 박재훈 과장(이비인후과)은 바이러스성 코감기의 치료에 항히스타민제의 효과가 없다는 것은 최근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입증돼 정설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일부환자들이 의사의 정확한 진단 없이 코감기에 항히스타민제를 거의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여러모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약제이므로 바이러스성 코감기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코감기로 인해 약국 혹은 병원에서 항히스타민제를 조제 받은 많은 환자들이 거의 빠짐없이 호소하는 증상은 입안이 마르는 것과 졸음이다. 특히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이른바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이 같은 부작용이 더욱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3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많이 개발돼 있지만 국내에는 널리 보급되지 않은 상태다.
항히스타민제는 이 같은 일반적 부작용 이외에도 소변보기가 어려운 등의 부작용이 있어 특히 전립선이 좋지 않은 노년층환자에게는 배뇨곤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또 심장빈맥·세동 등의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심장마비와 같은 치명적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외에도 항히스타민제 복용자중 일부는 식욕감퇴·소화불량과 같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신 교수는 『바이러스성 코감기가 항히스타민제로 치료되기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현재로는 안정과 휴식등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라며 『항키닌제와 같은 새로운 약물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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