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를 능가할 19세 전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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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년 앞으로 다가온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기댈 곳은 그래도 마라톤이다. 손기정부터 서윤복.함기용.최윤칠, 황영조.이봉주에 이르기까지 세계 육상 무대에서 한국인의 기개를 드높인 종목은 마라톤이었다.

2011년에는 이봉주(37.삼성전자)가 뛰기 어렵다. 서른일곱의 나이에 여전히 한국 마라톤을 대표하는 이봉주는 "나를 능가할 후배들이 나오기 전까지 뛰겠다"고 했다. 이봉주를 능가하고 2011년에 한국을 대표할 기대주로는 전은회(19.건국대)가 꼽힌다. 배문고 1학년 때인 2004년에 국내 장거리 10개 타이틀을 따냈고, 이듬해엔 5000m와 10㎞ 도로에서 고등부 한국 최고기록을 갈아 치웠다. 특히 10㎞ 도로 기록은 황영조가 명륜고 재학시절인 1989년 일본 요미우리 단축마라톤에서 세운 고교 기록을 16년 만에 깬 것이어서 크게 화제가 됐었다. 전은회는 3학년 때인 2006년에 더욱 힘을 냈다. 5월 일본 노베오카 디스턴스챌린지에서 고교생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5000m에서 14분 벽을 깨는(13분56초) 기염을 토했다. 실업팀들의 스카우트 유혹을 뿌리치고 올해 '마라톤 사관학교'인 건국대에 입학했다.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전은회에게 세 가지 단계별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5000m 한국기록(13분49초.지영준) 돌파▶내년 1만m 한국기록(28분30초.김종윤) 경신▶2009년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서 2시간10분 벽을 깨는 것이다.

황 감독은 "황영조도 대학 3학년 때 풀코스를 뛰기 시작했다"며 "은회는 스피드와 지구력이 워낙 좋아 훈련만 착실히 소화하면 무난히 (2시간)10분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은회는 현재 일본 도쿄에 있는 장거리 명문 준텐도 대학에서 나카무라 감독에게 배우고 있다. 그를 일본에 초청한 이 대학 사와키 학장(일본육상연맹 강화이사)은 "대성이 기대되는 선수다. 잘 가르치면 2시간6분대는 뛸 재목"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전은회가 이봉주의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을 깨며 월계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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