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회 KT배 왕위전' 침착무비의 1990년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예선 하이라이트>

○ . 이영구 6단 ● . 윤찬희 초단

윤찬희 초단은 1990년생이다. 신인 중의 신인이라 할 수 있는데 본란에 90년대생이 등장하는 것은 윤찬희가 처음이다. 어려서부터 이창호 9단을 존경했고 그 인연인지 전주에서 매년 열리는 이창호배 전국아마선수권전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권갑룡 도장에서 공부해 지난해 프로가 됐다.

이번 대회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윤찬희는 2회전에서 송태곤 8단이란 강타자를 격파했고 3회전에선 함께 초단 돌풍을 일으키던 최병환 초단을 꺾었다. 그리고 4회전에서 이영구 6단을 만났다. 이영구는 지난해 이 토너먼트에서 우승해 도전권을 잡았던 신흥 강자. 지금껏 신예 소리를 들으며 커왔던 이영구가 어느덧 까마득한 후배와 마주앉게 된 것이다.

장면도(44~53)=진로를 정면에서 가로막는 '모자 씌우기'는 공격 중의 공격이다. 중반전 돌입의 신호탄이 된 이영구 6단의 44도 그만큼 호쾌하고 시원해 보인다. 한데 바로 이 한 수가 고전의 신호탄으로 돌변할 줄이야!

앳된 얼굴의 윤찬희 초단이 신중하게 판을 들여다 보더니 45로 게걸음한다. A의 절단을 보는 수. 흑은 부득이 46을 선수한 뒤 48로 지킨다. 그러나 이 몇 수의 교환에서 44는 이미 이상한 수로 변하고 있다. 53쪽의 진로가 활짝 열렸으니 44로 가로막은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악수로 돌변하고 말았다.

한데 이 소년의 침착함이 여간 아니다. 100만 달러짜리 53을 빨리 두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할 텐데 꾹 참고 49, 51로 잽부터 던지고 있다. 52의 수비는 아픈 수. 손 빼면 '참고도'의 수순으로 바로 수가 난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