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영구 6단 ● . 윤찬희 초단
이번 대회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윤찬희는 2회전에서 송태곤 8단이란 강타자를 격파했고 3회전에선 함께 초단 돌풍을 일으키던 최병환 초단을 꺾었다. 그리고 4회전에서 이영구 6단을 만났다. 이영구는 지난해 이 토너먼트에서 우승해 도전권을 잡았던 신흥 강자. 지금껏 신예 소리를 들으며 커왔던 이영구가 어느덧 까마득한 후배와 마주앉게 된 것이다.
장면도(44~53)=진로를 정면에서 가로막는 '모자 씌우기'는 공격 중의 공격이다. 중반전 돌입의 신호탄이 된 이영구 6단의 44도 그만큼 호쾌하고 시원해 보인다. 한데 바로 이 한 수가 고전의 신호탄으로 돌변할 줄이야!
앳된 얼굴의 윤찬희 초단이 신중하게 판을 들여다 보더니 45로 게걸음한다. A의 절단을 보는 수. 흑은 부득이 46을 선수한 뒤 48로 지킨다. 그러나 이 몇 수의 교환에서 44는 이미 이상한 수로 변하고 있다. 53쪽의 진로가 활짝 열렸으니 44로 가로막은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악수로 돌변하고 말았다.
한데 이 소년의 침착함이 여간 아니다. 100만 달러짜리 53을 빨리 두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할 텐데 꾹 참고 49, 51로 잽부터 던지고 있다. 52의 수비는 아픈 수. 손 빼면 '참고도'의 수순으로 바로 수가 난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