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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IT] '불경죄 유튜브' … 국왕 모독한 동영상 게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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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태국이 자국의 국왕을 모독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유튜브(www.youtube.com) 접속을 차단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5일 전했다. 문제의 동영상은 푸미폰 아둔야뎃 (80) 국왕의 사진이 슬라이드쇼 형태로 나오는 것으로 44초짜리다. 10여 장의 합성 사진으로 짜인 슬라이드쇼를 보면 푸미폰 국왕의 얼굴에 울긋불긋 낙서가 돼 있고 국왕 복장의 푸미폰 왕이 피에로처럼 변형돼 있다. 푸미폰 국왕 얼굴 반쪽이 여성의 발 아래 있는 사진도 있다. 이 동영상은 지난달 하순 사이트에 'paddidda'란 인물(조직)이 올린 것으로 돼 있으며 조회 수가 1만6000회에 이른다.

시티차이 푸카이야우돔 태국 통신장관은 "이는 심각한 국왕 모독"이라며 "(유튜브 모기업인) 구글에 수차례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서 접속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동영상을 삭제하기 전까지는 유튜브 접속 중단 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티차이 장관의 삭제 요청에 대해 구글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슷한 방식으로 다룬 다른 동영상들도 지우지 않았고 푸미폰 국왕 동영상 역시 삭제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61년째 왕위에 있는 푸미폰 국왕은 태국 국민으로부터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을 받고 있다. 태국에서 왕실에 대한 모독 행위는 중형으로 처벌된다. 지난달 태국 법원은 국왕의 초상화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스위스 국적의 올리버 주페르란 인물에 대해 국왕모독죄를 적용,징역 10년을 선고한 바 있다. 구글 측은 "새롭고 독창적인 문화를 보여주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한 것은 실망스럽다"며 "이번 문제의 해결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고 밝혔다. 태국은 지난 9월 군부 쿠데타 이후 국왕과 왕족 일가를 모욕하는 내용을 담은 사이트 여러 개를 폐쇄했으며 당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인터뷰한 CNN동영상도 막고 있다. 당시 군부는 탁신을 쫓아낸 이유 중 하나로 '국왕 모독'을 들기도 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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