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사회를 밝히는 빛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치·경제·사회 어느 쪽을 둘러보아도 우울한 이야기,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이야기들만 가득한 요즘 맑은 샘물과도 같은 몇개의 선행들이 우리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고 있다.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스스로를 던져 남의 목숨을 구한 살신성인의 사례들이다.
환경미화원이 불속에서 일가족을 구출한 이야기,철도건널목 간수가 술취한 행인을 구하고 열차에 치여 숨진 이야기,40대 회사원이 저수지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고 목숨을 잃은 이야기,군장병이 조난당한 부부를 헬기를 동원해 구조한 이야기….
이 이야기들이 새삼 우리들을 감동속으로 몰아 넣는 까닭은 지금 이 세상이 자기만의 이해를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이기주의로 가득차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생각하는 마음의 10분의 1만을 남을 생각하는 마음에 두더라도 우리사회는 이처럼 혼란·불의·부정속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사회지도층의 이기주의가 한 사회,한 국가를 혼란속에 빠뜨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왔음을 상기할때 그같은 평범한 사람들,보통사람들이 보여준 살신성인의 자세야말로 이 사회,이 국가를 바른 길,밝은 길로 인도하는 진정한 가르침이 아니겠는가.
대체로 이기심이 발동하는 경우는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다. 특히 그 문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이기심은 더욱 더 강하게 발동한다. 살신성인도 마찬가지다. 남이 위기에 처했을때 자신의 위험은 생각할 겨를없이 스스로를 내던져 남을 구하는 것이 곧 살신성인이다.
그렇게 보면 이기주의와 살신성인은 어떤 경우에서나 쉽게 양극으로 갈린다. 방관하는 자세,나를 아끼는 자세가 이기주의이며,뛰어드는 자세,자기를 버리는 자세가 살신성인인 것이다.
지금 이 사회,이 국가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문제에 맞서 있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가를 곰곰 생각해보면 이 사회,이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한다.
전망을 어둡게 하는 까닭은 두말할 나위없이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그 문제들에 이기심으로 맞서 있기 때문이다. 살신성인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자기를 버리고 남을 생각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장래에의 전망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설날이후 연이어 펼쳐지고 있는 보통사람들의 그같은 살신성인의 자세들은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밝은 한줄기 불빛이다. 비단 지도층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가슴으로 받아들일때 밝은 사회,밝은 미래가 눈앞에 전개될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귀감으로 길이 남아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살신성인의 주인공들에게 물심양면으로 보답해야 한다.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길이 없고,보상을 염두에 둔 행위는 더더욱 아니지만 온 국민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