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올바른 정착을 위한 현장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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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비디오는 극장에서의 영화감상이나 TV시청과는 다른 방식의 새로운 매체시대를 열고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프로그램의 다양한 개발과 비디오 기기의 비약적인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자기테이프에 의한 영상·음향의 녹화 및 재생은 영화 필름이나 TV방송에 못지 않은 화면과 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며 이를 개인이 자유자재로 조작해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전자기기의 발달로 비디오는 보는 것에만 치중해있던 영화감상을 듣는 것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시각만이 아닌 청각의 기능을 아울러 갖춘 오디오-비디오(AV)시스템이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음악의 경우 가전기기와 녹음기술의 발달로 생음악에 못지 않은 생생하고 정교한 음질을 개인마다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 즉흥 연주가 없다면 이제 음악공연은 음반이나 컴퓨터 음악에 밀리고 말 형편이다. 스포츠 경기를 TV중계로 즐기듯 비디오가 영화관·음악 홀을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91년 초까지 만해도 우리 비디오의 대부분이 스테레오로 녹음되지 않았고 반품된 비디오테이프에 새 프로그램을 덮어 복사해 온 현실을 감안할 때 비디오 관련 하드웨어의 발전은 눈부실 지경이다.
미국·일본 등의 비디오 선진국에선 이 같은 음향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돼 이른바「돌비서라운드 프롤로직」이라는AV시스템이 일반화되어 가는 추세다. 우리의 전자업체에서도 신개발품이 나오기 시작한 이러한 가정용 AV시스템은 5개이상의 스피커를 사용, 영화대사는 가운데 스피커로, 배경음악과 음향은 전면 주스피커와 후면 서라운드 스피커로 3차원적 감상을 가능하게 한 것. 고음질(High Fidelity)·고화질(High definition)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 임장감(High presence)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서울 충무로와 용산전자상가의 몇몇 레이저디스크 대여점에서는 외국에서 들여온 클래식연주·공연을 담은 음악비디오나 극영화들을 3천∼5천원에 대여하고 있다. 비디오매니아(광)들은 이 LD에서 복사해 작품을 돌려보거나 수집하고 있다. 강남 압구정동 등의 레코드 판매점등에선 일본의 대중음악 레이저디스크까지도 은밀히 대여하는 것으로 알러졌다. 용산의 한 LD대여업자인 김모씨는『레이저디스크에서 복사한 영화의 음질이나 화질이 결코 국내에서 제작한 원본보다 못하지 않다』고 말하고있다. 자막이 비디오프로그램에 내장된(Closed Captioned)것이 대부분인 이들 LD는 별도의 자막 재생기를 이용, 엉터리 자막이 자주 발견되는 국내비디오에 비해 더욱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저디스크는 이미 우리에게「비디오케」라는 반주용으로 발매되고있으며 스타맥스사 등은 본격 극영화와 음악비디오를 LD로 발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비용이 드는 레이저디스크는 국내에 제작공장이 없어 전량 일본에서 만들어오고 있으나 삼성전자·SKC등이 시장성을 감안, LD제작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현대음반, 스타맥스, 한일 합작의 성음BMB, 일본회사인 제일흥상 등의 가라오케 LD는 현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결혼식 등의 행사광경을 비디오로 찍어 남기려는 풍조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MBC-TV『일요일일요일 밤에』의 「시청자비디오」코너에는 매주 접수되는 비디오작품이 약 3백편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아마추어비디오 촬영 붐에 착안한 유사한 TV프로그램 수도 부쩍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비디오 카메라는 얼마안가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스틸사진의 자리를 빼앗을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 전자업체에서도 일본에서 최근 개발된 8㎜비디오와 슈퍼VHS비디오의 기기·테이프를 자체 생산하는 등 비디오 매체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비디오는 궁극적으로『컴퓨터에 의해 시청각 매체를 한곳에 모으는 다중매체(멀티미디어)시대로 가는 첫 매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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