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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수산업계 “찬바람”/냉전종식따른 방위비 삭감으로 “초상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량해고등 감량경영… 민수 전환도 고려
앞으로 5년간 5백억달러의 방위비삭감을 골자로 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전략핵무기 대폭 감축을 위한 부시·옐친 러시아 대통령간 캠프데이비드회담 타결로 냉전종식이 현실화되면서 세계가 모처럼 평화의 봄을 맞을 채비에 들어간 가운데 미 군수산업계는 거센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군비경쟁시대에 성장을 구가해온 군수산업계가 이제는 대량해고와 감량경영 등 고육지책을 써야 할 형편인 것이다.
특히 연두교서 발표내용에 나타난 B­2스텔스기 생산계획 축소,잠수함발사미사일(SLCM) 생산중단,최신예순항미사일(ACM) 구입 중지 등으로 당장 타격을 받게되는 군수산업체는 요즘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B­2스텔스기의 주계약사이자 제작업체인 노드롭사는 당초 1백32대의 국방부구매계획이 20대로 축소되는 바람에 최소 1천5백명 정도가 해고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B­2쇼크」는 부계약사인 보잉사·휴즈사·제너럴 일렉트릭(GE)사 등에도 심각하게 미치고 있다.
보잉사는 생산중지가 결정된 미육군용 코만치 헬리콥터의 주계약사이기도 해 이중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미해군의 공격형 원자력잠수함 「시 울프」의 제조업체인 제너럴 다이내믹스(GD)사는 당초 36척 건조계획이 단 1척으로 줄어들었는가 하면,ACM미사일 생산계획은 1천발에서 6백40발로 축소조정됐다.
주계약사와 대형업체 뿐 아니라 수천개에 달하는 군소업체들도 군축의 여파로 침체 또는 폐업의 위기에 처해있다.
F­18기와 C­17수송기의 계속 생산으로 당장은 타격을 받지않고 있는 맥도넬 더글러스(MD)사 등도 언제 감산 또는 생산중지조치가 내려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에는 군과 군수산업을 통틀어 6백50여만명이 종사하고 있는데,이런 추세대로라면 97년까지 군병력 50여만명과 군수산업 종사자 80여만명 등 모두 1백30여만명이 일자리를 잃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군수산업체들은 대량해고와 감량경영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연구개발(R&D)과 민수사업으로의 전환 등 다각적인 활로를 모색중에 있으나 전망은 어둡다.
미 국방부당국이 기존의 무기생산은 중지하더라도 블록Ⅲ탱크,해군용 A­X기,센추리온잠수함 등 「차세대무기」는 계속 연구·개발해야 한다는 지론으로 업체를 부추겨보지만 업체들은 구매여부가 불확실한 신무기개발에 소극적이다.
국방부는 군수산업계의 민수전환,그리고 필요시 군수산업으로의 재전환도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나 업계측은 과거 실패사례를 들어 회의를 나타내고 있다.
고급인력의 계속유지와 신예무기생산기술 확보를 위한 소규모 생산필요성도 국방당국과 군수산업계의 공통 인식에도 불구,비용소요때문에 머뭇거리는 형편으로 만일 다시 군비경쟁상황이 도래할 경우 자국의 안보마저 위협받을 정도로 미 군수산업은 현재 심각한 국면에 도달해 있다.<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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