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이버 핫이슈] '엄마 시신 6개월 방치'책임은 어디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어머니의 시신을 곁에 두고 6개월 동안 생활해온 중학생 宋모(15)군의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충격 속에 숱한 말을 쏟아냈다.

‘가슴이 미어진다’거나 ‘눈시울이 붉어진다’며 宋군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고 동정하는 네티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디가 'minibank'인 네티즌은 "비록 병들어 고생하다가 숨진 어머니라도, 비록 숨이 멈춘 싸늘한 시신이더라도, 비록 부패해가며 냄새가 나더라도 그 소년에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엄마였다"며 宋군의 행동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mack'는 "넓은 세상에서 엄마와 단둘이 의지하며 살아 왔는데 사랑하는 엄마를 저세상으로 보냈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도 못하겠다"며 안타까워했다.

宋군이 사진첩에 쓴 메모에서 '엄마 품이 좋아'라는 글귀를 봤을 때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는 글들도 많았다.

일부 네티즌은 성금을 제의하는 등 "宋군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자"며 따뜻한 온정을 보였다.

동정론은 宋군과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발전했다.

'hjnam'은 "정부가 宋군 같은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하루빨리 찾아낸 뒤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늦게 와도 좋으니 아이들이 이런 엄청난 일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宋군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pjyms'는 "옛날에도 수많은 효자.효녀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묘지 근처에서 오랫동안 같이 생활했다는 얘기는 있지만 시체를 옆에 두고 살았다는 얘기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는 "사람이 죽으면 신속하게 땅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정신적인 치료를 먼저 받도록 하는 게 宋군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출사표'는 "宋군의 행동을 효심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마음이 나약하고 여렸기 때문으로 봐야 할지 명확한 해답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픈 마음으로 시신을 지키는 것보다 수습할 방법을 생각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宋군이 6개월간 방치된 것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공방전도 치열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학교의 무관심이 宋군을 그렇게 만든 것 아니냐"고 물었다.

'mikland'는 "말로만 부르짖는 공동체 교육의 허점이 드러난 꼴"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자신들의 책임론이 잇따르자 "宋군의 담임교사와 친구들이 이사한 宋군을 매일같이 찾아나섰다"고 밝혔다.

'family50'은 "요즘 가정방문을 하면 '돈 달라는 건 아닌가'라는 의심부터 받는 세상에 宋군의 담임교사가 그 정도의 관심을 보이기도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책임론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로도 이어졌다.

'sml18'은 "정부가 어려운 서민들의 생활을 나몰라라 하는 건 아닌가"라며 "정치인들도 세력 확장에만 신경쓴다"고 질타했다.

'sinaega'은 "국회의원들 세비에서 1%만이라도 거둬 어린 소년에게 성금으로 보내라"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누구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는 '자성론'도 일었다.

'ashinsf'는 "우리 사회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사회보호 체제가 너무 허술하다 못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며 "모자(母子)가정에 대한 보호 체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宋군의 어머니가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또 잃었다 해도 6개월이나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의 온정으로 宋군의 보금자리가 마련되고 고등학교에 진학도 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그래도 정은 메마르지 않았다"며 위안했다.

김준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