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장구조 조사] 광공업품 48%가 독과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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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에서 출하된 3천56개 광공업품 가운데 47.6%는 1~3개사가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하액이 많은 상위 30개 품목 중 20개가 독과점 체제로, 시장 규모가 클수록 독과점 비중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독과점 품목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로 독과점 시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광공업 통계조사를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의 '2001년 시장구조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특정 품목에서 1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상위 3개사가 시장 점유율 75%를 넘는 경우를 독과점으로 규정하고, 이런 업체들이 불공정 행위를 하면 가중 처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출하지만 이번 조사는 출하액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품목별 출하액이 1백억~5천억원인 중규모 시장의 경우 상위 3개사가 시장을 57~65% 점유해 비교적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시장에선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했다. 출하액 상위 30대 품목 중에선 휴대용 전화기.중형 승용차.대형 승용차.데스크톱 PC.액정모니터 등 20개 시장이 모두 독과점 체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1천5백㏄ 미만의 소형 승용차와 D램 반도체.중형 트럭은 상위 3개사가 시장을 1백% 점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도 5조원 이상의 시장에서 3개사 점유율이 68%인 반면 5백억~5조원 규모의 시장에서는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50%를 밑돌았다. 시장 규모가 클수록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해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신규 업체의 진출이 어렵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10억원 미만의 시장에선 상위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98.6%에 달했고 10억~1백억원 규모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81.7%를 기록해, 규모가 매우 크거나 아주 적은 업종에서 독과점이 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한편 1백대 기업은 국내 총 출하의 43.7%를, 전체 고용의 16%를 담당하고 있으며, 50대 기업의 출하 비중은 36.8%, 고용 비중은 13.2%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출하.고용 비중은 매년 1%포인트 안팎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환위기 후 시장 개방 폭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시장 집중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일본에 비해 여전히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큰 편"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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