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밖] 차 음료 광고 꿰차야 진짜 '완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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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上)), 정우성((中)), 주진모((下)), 현빈, 주지훈….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의 약자로 '꽃미남'의 유의어)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 분모는 최근 웰빙 열풍과 함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차(茶) 음료의 광고 모델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녹차나 혼합차 광고 모델은 '꽃미녀'의 독무대였다. 저칼로리를 내세운 건강 음료인 만큼 여성들이 주 소비자인 터라 늘씬하게 잘빠진 여성 모델을 기용해 왔다. 남양유업 '17茶(차)'의 전지현, 롯데칠성 '오늘의 차' 고소영, 광동제약 '옥수수수염차'의 보아, 코카콜라 '하루녹차' 윤은혜 등 차 음료 시장은 전통적으로 톱스타 여성들의 각축장이었다.

최근 이 자리를 '특A급' 남성 모델들이 대신하고 있다. '오늘의 차'가 올 초 모델을 월드스타 비로 교체한 데 이어 웅진 '하늘보리'는 드라마 '내 사랑 삼순이'에서 누나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현빈을 새로 투입했다. 해태음료가 새로 내놓은 '차온'은 정우성과 그룹 더 넛츠의 지현우를 더블 캐스팅했다.

동아오츠카 역시 얼마 전 '그린타임 녹차'의 리뉴얼을 마치면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남자 주인공 주진모를 모델로 전격 기용했다. 차 음료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롯데칠성의 '2% 부족할 때' 역시 최근 조인성이 출연하는 TV광고를 선보였다. 마치 화장품 광고가 들어와야만 최고의 미녀 모델로 인정받듯, 차 음료 광고에 나온 남성만이 진정한 '완소남'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한 분위기다.

광고 업계에선 이런 변화를 '차별화를 위한 역발상'으로 본다. 여성 톱스타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레드 오션'에 오히려 남성 모델을 등장시키는 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간 몇몇 다른 업종에서도 이런 시도를 통해 재미를 본 적이 있다. 전기밥솥 광고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최민식, 고추장 광고의 영화배우 차승원, 화장품 광고의 탤런트 권상우 등이 그 예다.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는 차 음료 시장은 올해 2500억원 규모까지 이를 전망이다. 각 업체들은 이번 봄.여름 동안 이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마케팅.홍보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널 나의 물로 임명한다"며 윙크하는 비와 "넌 물만 먹고 사니"라며 타박하는 조인성, "두 번째 우려낸 차만 마신다"는 주진모 등. 각 제품의 올해 성적에 이들 '완소남'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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