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맹장염|도움말 김세민 교수<고려대 의대·외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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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문>올해 73세의 남자로 지난해 초까지 건설업에 종사했던 관계로 당시 매일 하루 맥주 3병 정도를 마시다 하복부가 당기고 허리가 너무 아파한 종합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맹장염으로 판정돼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말께 퇴원했는데도 하복부가 뻐근한 것도 여전하고 왼쪽허리 부분이 시큰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증상은 변을 보고 나면 좀 괜찮아지기도 한다.

<답>맹장염은 원래 맹장에 생기는 질환이라기 보다 맹장과 붙어있는 충양돌기에 생기는 염증으로 충양돌기염이 더 정확한 병명이다. 질문자의나이가 73세라고 했는데 이 나이에 맹장염에 걸리는 환자는 매우 드물다. 맹장염은 보통12∼20세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60대 이후의 연령층에서는 거의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맹장염이 생기는 원인, 즉 충양돌기에 있는 임파조직(임파여포)의 과다로 감염 시 염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임파조직은 10대에 가장 많다가 40대 이후에 급격히 줄기 시작, 60대 이후는 거의 없다.
임파조직의 이상 외에 대변 덩어리가 충양돌기 안에 남아 있어도 맹장염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 경우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고 증상이 있다, 없다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또 하나 맹장염의 원인으론 드물지만 동맥경화에 의해 맹장에 혈액공급이 순조롭지 않을 때를 꼽을 수 있다. 정황으로 보아 만약 질문자가 진짜 맹장염이라면 동맥경화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만약」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질문중 하복부가 당기고 왼쪽 허리가 아프다는 부분이 일반적으로 맹장염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맹장은 오른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왼쪽허리 쪽이 아픈 등의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며 맹장염수술 후유증은 드물지만 있다해도 왼쪽에 통증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맹장염이외에 또 하나 의심할 수 있는 병으로 대장에 게실이 생겨 이 부위에 변이 차면 아프고, 변이 빠지면 통증이 없어지는 증상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또 왼쪽복부·허리 등의 통증은 요로 결석이 있을 때도 있으므로 이 부분의 정밀진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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