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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조정법/형평에 문제있다/피해자 불리한 조항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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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판청구권 마저도 제한/보사부 입법방침에 비난여론
급증하는 의료사고 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보사부가 상반기중 입법을 목표로 「의료사고 분쟁조정법」안을 다시 손질해 내놓았으나 그 시안이 의료사고 피해자보다 의료인들의 권익보호에 더 기울었다는 지적을 받아 논란이 재연될 기세다.
보사부는 5일 앞으로 의료사고 및 헌혈·수혈·예방접종 잘못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5백억원 규모의 의료분쟁 조정기금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 분쟁조정 법안을 마련,상반기중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의료사고 피해자는 의료사고를 당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각 시·도에 설치된 의료분쟁 조정위원회에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의료사고로 인정될 경우 2주일 이내 치료비·보상금 및 장례비 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된다.
특히 헌혈·수혈·예방접종 및 약화사고 등은 조정위원회를 거쳐 보사부에 설치된 의료분쟁 심사위원회에서 최종판정토록 했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을 위해 의료기관은 총진료비의 1%,의료용구 제조·수입회사는 매출액의 0.1%씩을 갹출해 모두 5백억원 규모의 의료분쟁 조정기금이 조성되며 의약품 부작용 및 약화사고 보상을 위해서는 의약품 제조·수입업체당 매출액의 0.1%씩을 갹출,40억원 상당의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기금이 마련된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이같은 의료사고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조정결과에 불복할 경우에도 2개월 이내에 제소하지 않으면 조정내용 자체가 확정판결의 효력을 갖는 것으로 규정,재판청구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보사부는 관계부처와 법안 예비심의 과정에서 의료사고 피해자 본인과 그 가족들이 의료분쟁과 관련,상해·협박·명예훼손 등을 한 경우 가중처벌이 가능토록 하고 조정절차가 끝날때까지 해당의사 등에 대한 형사소추도 보류할 수 있다는 조항삽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고있다.
일부 법조계 인사와 소비자단체들은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입법취지는 좋으나 엄격한 조정전치주의와 지나친 가중처벌조항 등이 문제』라며 『의료인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법안이라는 오해를 사지않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사부는 지난해 4월부터 대한의학협회 등과 함께 의료사고 분쟁조정법 제정을 추진키로 하고 여러차례 공청회 등을 거쳐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마련,지난 정기국회에 제출했으나 문제조항 및 빠듯한 국회심의 일정 때문에 법안처리를 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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